일하는 국민연금 수급자의 연금 삭감 제도가 일부 완화됐지만, 5만 명가량이 여전히 지금처럼 삭감될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일 전체 회의를 열어 연금 삭감 관련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포 6개월 후 시행한다. 일하는 은퇴자의 연금 삭감 개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과제(90번)이다.
지금은 근로소득·사업소득이 월 309만원(근로소득 공제, 필요경비 공제 후 기준)을 넘으면 5년간 국민연금을 최대 50% 삭감한다. 309만원 초과 금액을 다섯 구간으로 나눠 삭감액과 삭감률이 다르다.
이번 개정안은 1~2구간만 폐지했다. 소득 기준선(309만원)을 200만원까지 넘기는 경우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8만9343명이 해당한다. 삭감되는 사람은 매월 달라지기 때문에, 대략 9만명이 삭감되지 않게 된다고 보면 된다.
1구간(초과액 100만원 미만)은 월평균 연금 2만2690원, 2구간(초과액 100만~200만원)은 9만2669원 삭감됐는데, 앞으로 깎이지 않게 돼 이만큼 월 연금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3~5구간은 지금과 달라지지 않는다. 3구간(초과액 200만~300만원)에 해당하는 삭감자는 1만4100명이다. 이들은 매달 20만8856원 삭감됐는데, 앞으로도 이 정도 계속 깎이게 된다. 4구간(300만~400만원) 해당자는 7394명이며, 월평균 36만4461원 계속 깎이게 된다. 가장 높은 5구간(400만원 이상)은 해당자가 더 많다. 2만6224명이며, 월 62만7830원 삭감된다. 3~5구간을 다 합치면 4만7718명에 달한다.
삭감 기준액 309만원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3년 치 평균 소득 월액을 말한다. 공제 전 기준으로 약 410만6907원이다. 따라서 공제 전 소득 기준으로 월 610만원 벌면 연금이 깎인다고 이해하면 된다.
여기에는 이자·배당 소득은 포함되지 않는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만 계산한다. 소득 종류별로 삭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형평성 시비가 여전히 남게 됐다.
연금법 개정안이 이달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은 내년 6월 시행될 전망이다. 삭감 여부를 결정하는 소득은 올해 1월 1일 이후 발생한 소득이다.
올해 근로소득은 내년 4월, 사업소득은 내년 8월 국민연금공단으로 넘어간다. 근로소득이 있는 연금 수급자는 내년 6월부터 바로 적용되고, 사업소득자는 내년 6월로 소급해서 적용한다. 매년 4, 6월에 정산하는 제도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하는 연금 수급자의 연금 삭감' 폐지는 15년 넘게 논란이 돼 왔다. 연금 삭감은 국민연금이 사회보험이라서 한 사람에게 많은 돈이 돌아가는 걸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연금 수급자들은 "국민연금 수급권은 개인의 권리인데, 다른 소득과 연계해서 왜 깎느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고령화 시대에 일하도록 권해도 시원찮을 판에 의욕을 꺾는다는 비판이 가장 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 제도의 폐지를 권고해 왔다. 또 국민연금에 소득세를 내는데, 왜 깎느냐는 반발도 있었다. 이중과세라는 문제 제기다.
삭감은 제도 불신을 야기했다. 국민연금연구원 보고서에 등장하는 수급자들의 항변이다.
"연금에 들 때는 거창하게 했잖아요, 그런데 탈 때 되니 이렇게 감액하고, 다 나오지도 않고, 그래서 상당히 불신이 가요." "국민연금 감액을 했으면 종합소득세에는 들어가지 말아야죠. 불공평한 것 같아요. 세금 내고 있는데 또 국민연금으로 이중과세하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기대여명 증가로 인해 의료비, 생활비가 많이 들어가는 상황을 걱정하기도 한다.
"우리 같은 60대 중반은 병원비 같은 것들이 더 많이 나갈 수 있어요. 자식들한테 의존하지 않으려면 계속 경제활동을 할 수밖에 없어요." "노후가 요즘은 기니까… 늙어도 소득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저소득 구간 은퇴자만 삭감하지 않게 됐다. 월 소득이 600만원 넘는, 소득이 높은 사람까지 혜택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만만찮은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5구간을 모두 폐지하면 추가 재정 부담이 커져 1·2구간만 폐지하는 쪽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민연금 재정재계산이나 개혁 논의 때 일하는 연금 삭감 완전 폐지가 많이 언급됐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완전 폐지였다. 그러나 이번에 부분 폐지로 끝났다. 완전 폐지까지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전망이어서 연금 수급자들의 반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복지위에 따르면 현재 OECD 회원국 중 한국과 일본, 스페인 등 3개국만 일하는 연금 수급자 대상 삭감 제도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