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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핵심 된 드론…대만 4.8만대 들인다는데 한국은?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2025.11.21 12:00 2025.11.2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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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무기체계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AI가 탑재된 드론이 전장의 핵심 무기체계로 등장하면서 소형·저가·무인체계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대형·고가·유인체계는 전술적 운용이 이미 노출돼 있고, 적에게 대형표적을 제공해 AI 탑재로 정확성·치명성이 강화한 소형·저가·무인체계에 매우 취약하다. 이에 따라 군사 선진국들은 대형·고가·유인체계에서 소형·저가·무인체계로 무기체계 획득 방향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폴란드군 병사가 AS3 드론을 날리고 있다. 이 드론엔 미국에서 만든 AI가 들어가 적 드론을 요격할 수 있다. 로이터=연합

미국은 2023년부터 10억 달러 규모의 ‘리플리케이터 이니셔티브(Replicator Initiative)’를 추진해 왔다. ‘Replicator’의 사전적인 의미는 ‘복제기’로 대형·고가·유인체계보다 소형·저가·무인체계를 복제하듯 대량 생산해 운용하겠다는 것으로 “작고, 똑똑하고, 저렴한(small, smart, and cheap)” 무기로 상징된다. 이 이니셔티브는 지난 6월의 대통령 행정명령과 7월의 국방부 각서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의 드론 지배력 강화(Unleashing American Drone Dominance)’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미국 드론 제조업체에 대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외국 의존도를 낮추며, 미국산 드론 수출을 장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행정명령을 뒷받침하는 미 국방부의 ‘미군의 드론 지배력 강화(Unleashing U.S. Military Drone Dominance)’ 각서에도 대규모 미국산 드론의 구매, 기술 도약을 통한 최고 수준의 드론을 야전에 배치, 실전과 같은 훈련을 강조하고 있어 미군의 소형·저가·무인체계 확보 노력은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유사한 안보 위협에 처해 있는 대만도 소형·저가·무인체계 획득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대만 국방부는 2027년까지 5개 카테고리의 드론 총 4만 8750대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10월 대만 행정원은 2030년까지 442억 대만달러(약 2조 원)를 투입하는 ‘드론 산업 종합 발전 프로그램’를 승인하고, 대만을 ‘드론의 민주 공급망 아시아-태평양 허브(Asia-Pacific hub of the democratic drone supply chain)’로 조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대만은 자국 드론 산업의 기반 강화는 물론 미국·일본·체코·폴란드 등과도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장관이 지난 7월 소형 드론의 배치 속도를 높이려 드론을 내구재가 아닌 탄약과 유사한 소모품으로 지정하고, 사용 권한도 현장 지휘관에게 부여하는 내용의 지시서 사본을 드론을 사용해 전달하는 모습. 미 국방부

이처럼 소형·저가·무인체계 중심의 유·무인복합전투체계 구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러나 한국군의 AI 기반 유·무인복합전투체계 구축은 아직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드론과 로봇을 결합한 ‘드론봇전투체계’가 우리 군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이 2018년으로 벌써 7년이 지났지만, 대규모 전력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여전히 시험 운용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담론만 무성했을 뿐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이다.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무기체계 전력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과 전쟁 패러다임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화하고 있지만, 한국군의 전력화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기계화 시대에 머물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대형·고가·유인체계에서 소형·저가·무인체계 중심으로 전력화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무인체계는 4D(Dull, Difficult, Dirty, and Dangerous) 임무 수행에 결정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다. 즉 감시·정찰 등 장시간 반복되는 임무(Dull), 심해·우주 등 인간의 활동이 제한되는 영역에서 고난도 임무(Difficult), 화생방 정찰 등 오염지역에서 임무(Dirty), 폭발물 처리 등 위험한 임무(Dangerous)에 무인체계를 활용하면 인명 피해를 줄이면서 전투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다.

대만의 국가중산과학연구원이 공개한 자폭공격용 드론. 병사의 개인 배낭에 휴대하다 적을 타격할 수 있는 미군의 스위치블레이드와 성능이 유사하다. 대만군은 중국군 대응 전력으로 군사용 드론 개발에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AI가 탑재된 대규모의 작고, 똑똑하고, 저렴한 무인체계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고 있다. 2024년 우크라이나의 드론 생산 목표는 100만대였고, 러시아는 140만대였다. 2025년 양국의 목표는 300만~400만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에서 드론의 활약을 목도한 미국은 ‘미군의 드론 지배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고, 대만은 ‘드론의 민주 공급망 아시아-태평양 허브’를 지향하고 있다. 한국도 전차, 전투기, 함정 등 대형·고가·유인체계 중심의 전력화에서 벗어나 육·해·공군 전 제대에 AI가 탑재된 소형·저가·무인체계를 대폭 증강하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둘째, 개별 무기체계보다 기반 체계 중심으로 전력화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오늘날 전장에서 소형·저가·무인체계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소형·저가·무인체계에 AI를 탑재해 운용하거나 이들 체계를 네트워크로 연결한 가운데 AI의 도움으로 최적의 수단을 선택하여 적을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버 포병(Uber for Artillery)’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군의 GIS Arta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GIS Arta는 지상부대가 화력을 요청하거나 정찰 자산이 표적을 식별하면, 고객과 가장 가까이 있는 택시를 고객에게 연결하는 우버처럼, 사거리 내에서 표적 제압에 가장 효과적인 무기체계를 선택하여 사격을 명령한다.

이를 위해서는 탐지 및 타격 자산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데이터 저장을 위한 전투클라우드,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AI분석체계 등 기반 체계의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한국군의 전력화는 기반 체계의 구축보다 육·해·공군의 전차, 전투기, 함정 등 개별 무기체계를 경쟁적으로 획득하는 데 매몰되어 있다. 국방부가 중심이 돼 전력화 우선순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각 군의 개별 전력보다 기반 체계를 먼저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력화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10월 2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ADEX 2025에서 LIG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드론 탑재 공대지 유도탄(L-MDM)을 살펴보고 있다. 군과 산학연이 드론을 열심히 개발하고 있지만, 속도감 있게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스1

국방부가 드론 운용 활성화를 위해 2023년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했지만, 드론사령부가 보유한 드론은 1000여 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육·해·공군에서 드론을 이용한 다양한 전투 실험들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규모 드론의 야전 배치는 아직도 요원하다. 한국군이 미래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전력화에 대한 과감한 인식의 전환과 더불어 군·관·민·산·학·연이 참가하는 속도감 있는 한국형 이니셔티브의 추진이 필요하다. 한국은 국내 드론 산업 기반 구축과 국제적 공급망 확충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대만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정연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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