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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전 英서 울산과 판박이 사고, 그때 수사 결과는 이랬다

중앙일보

2025.11.21 13:00 2025.11.2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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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현장 합동 감식을 위해 감식팀 관계자들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6년 2월 23일 영국 디드컷에이(Didcot A) 화력발전소 안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졌다. 사고는 보일러타워를 발파공법으로 해체하기 위해 구조물의 일부분을 잘라놓는 사전 취약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9명의 사상자를 낸 울산화력발전소 참사와 ‘판박이’다. 당시 영국 보건안전청(HSE)과 경찰은 사고 원인으로 “오래된 건물을 대상으로 한 철거 과정에서의 안전 관리 미흡이 겹친 인재”로 결론 내렸다.

화력발전소 연돌이나 보일러타워처럼 대형 구조물을 철거할 때 발파형 해체방식을 적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19년 울산화력발전소 1~3호기(6일 발생한 사고는 5호기), 2022년 서천화력발전소, 올해 여수호남화력발전소 철거 공사 모두 어김없이 발파 해체공법이 등장한다. 구조물의 맨 위에서부터 뜯어내는 전통적인 절단형 해체 공법보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면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중앙일보가 입수한 ‘울산화력발전소 4~6호기 폐지설비 실시설계 기술용역’ 자료를 보면, 연돌을 절단공법으로 해체할 경우 최소 285일 이상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용은 130억원가량 발생한다. 반면 발파공법을 쓰면 180일로 100일 이상 줄어든다. 비용은 32억원으로 더 준다. 문제는 발파공법이 절단공법보다 상대적으로 더 위험하다는 점이다. 기술용역 자료는 한국동서발전이 의뢰해 B엔지니어링이 수행했다.
붕괴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모습. 뉴스1

철거업계에 따르면 현재 퇴역한 국내 발전시설은 30~40년 이상 가동 후 멈춘 상태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울산화력발전소의 경우 1981년 준공 후 41년간 울산 지역의 전력 공급을 담당하다가 2022년 가동을 멈췄다. 구조적인 피로가 누적된 상태다. 해풍에 따른 부식도 심하다. 이에 취약화 작업 전 이뤄진 ‘구조 안전성 검토’가 상당히 중요하다. 취약화 작업이 구조물의 일부를 잘라내거나 파손해야 하다 보니 자칫 구조물 전체의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민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의자 위에 앉은 사람이 몸을 약간 뒤로 기울이면 뒤쪽이 더 많은 힘을 받지 않나”라며 “내부 구조가 복잡한 보일러타워의 경우 각 기둥에 떨어지는 힘이 일정하지가 않다. 이에 (구조 안전성 검토 단계에서)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취약화 작업을 하다가는 갑자기 붕괴할 수 있다”고 했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엿새째인 11일 오후 보일러타워 5호기 부근에서 야간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수색이 모두 마무리된 상태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구조 안전성 검토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나온다. 경찰은 해당 검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수사 중이다.

한편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지난 20일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사고와 관련해 사고의 구조적 원인과 책임 소재 등을 규명하려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과 시공사인 HJ중공업, 하도급업체인 코리아카코 등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였다. 근로감독관과 경찰 약 50명이 투입됐다. 이날 압수수색에서 작업 관련 서류와 사고 이력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당국과 경찰은 보일러타워 해체 작업 과정에서 붕괴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여부 등을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김민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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