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대전시 동구 추동 대청호 자연생태관. 이곳 2층 디지털실감영상관에 들어서자 미디어 아트 영상이 펼쳐졌다. 대청호 주변에 피는 벚꽃과 장미를 테마로 벽과 바닥에 온통 꽃 영상이 펼쳐졌다.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꽃 모양 등 이미지가 달라지기도 했다. 또 대청호 수몰 과정을 그린 영상도 볼 수 있었다.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 다음 스캔하면 영상관 벽에 그대로 재연됐다. 스케치북에 그린 나비나 새는 살아서 움직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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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자연생태관, 실감 영상 인기
이곳 방문객은 지난해 4만2900명이 찾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지난 10월까지 7만명을 돌파했다. 대전시민 신정란씨는 “자연생태관 같은 시설이 있어 대청호를 자주 찾게 된다”며 “지역 주민에게 안성맞춤인 휴식공간”이라고 말했다.
전국 자치단체가 댐 건설로 생긴 호수 주변을 관광 인프라로 활성화하고 있다. 자연생태관 등 기존 인프라를 리모델링하거나 장미공원 등 새로운 관광 시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 각종 개발에 한계가 있지만,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리면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05년 문을 연 대청호 자연생태관은 지하 2층, 지상 3층에 연면적 1532㎡ 규모다. 이곳은 대전 동구가 지난해 11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디지털실감영상관과 미디어생태관 등을 새로 설치했다. 또 1층에는 곤충·나비 등 표본을 전시한다. 대전 동구는 자연생태관 옆에 장미정원도 조성하고 있다. 20만2000㎡(약 6만평)에 2028년까지 장미로드, 장미터널, 경관조명, 테마별 정원 등을 만들 예정이다. 예상 사업비는 154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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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전체의 절반은 규제
대전 동구는 관광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대청호 주변 규제완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청호는 1980년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이후 특별대책지역·수변지역 등 7개 규제가 중첩돼 주민들이 40년 넘게 재산권에 제약을 받아왔다. 동구 전체 면적 136.7㎢가운데 절반 정도인 61.3㎢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있다. 상수원보호구역·수변구역 등에서는 숙박이나 식품 접객업소, 공장 등을 새로 지을 수 없다.
대전 동구 등 대청호 주변 지자체는 기존 음식점 면적을 넓혀 주고 민박업을 허용해달라고 환경부에 요청했다. 박희조 대전 동구청장은 “대청호 규제가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거의 없다”라며 “오·폐수 처리 시설 등 환경오염을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충분히 갖췄기 때문에 현실에 맞게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환경 보전과 지역 발전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개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청호를 끼고 있는 대전 대덕구도 생태 탐방로 조성을 중심으로 한 ‘새여울물길 30리 프로젝트’사업에 나섰다. 이는 금강 합류 지점에서 대청댐을 거쳐 비상 여수로까지 이어지는 12㎞ 구간(30리)을 체육·휴양·관광 명소로 만드는 사업이다. 총연장 3.68㎞의 탐방로로 조성된다. 총사업비 88억 원이 투입돼 2026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경북 영천시는 2023년 8월 보현산댐에 출렁다리를 만들었다. 지난해 보현산댐 출렁다리 방문객은 100만명을 넘었다. 전남 화순군은 2023년부터 140만 광주시민의 식수원인 동복댐 주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 143억원을 투입해 동복댐에 화순 적벽 미디어 파사드와 홍보관 등 관광 명소를 조성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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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댐 만들면 관광 인프라 대거 들어서"
이와 함께 충남도는 청양군에 지천댐을 건설하면 댐 주변에 관광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배치할 생각이다. 지천댐이 들어서면 받을 수 있는 예산은 1800억원이 넘는다. 이 돈으로 체류형 숙박시설(호텔 등)이나 전망대·집라인·캠핑장 등을 만들 수 있다. 또 대규모 실버타운, 대형 리조트 조성도 가능하다. 충남도 관계자는 “댐 건설의 가장 큰 목적은 용수 확보이지만, 풍부한 지원금으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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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물 부족 심각 지역
만성적인 물 부족 지역인 충남은 용수의 80% 이상을 대청댐과 보령댐에 의존하고 있다. 2031년이면 수요량이 공급량을 초과하고 2035년이면 하루 평균 18만t의 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청양군은 하루 필요 생활용수 1만㎥ 가운데 80% 이상을 보령댐(60%·6000㎥)과 대청댐(20%·2000㎥)에서 공급받고, 부여군은 100%(2만 9000㎥) 대청댐에 의존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기후대응댐'이란 이름으로 추진했던 14개 신규댐 건설 후보지 중 7곳은 백지화하고 지천댐 등 7곳은 재검토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늦어도 올해 안에는 건설 여부를 발표하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