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10일 일정으로 중동·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했다. 22~23일 이곳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4박5일 간의 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 순방에서 이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방산·안보 협력 같은 무게감 있는 이슈에 집중하는 동안 ‘소프트파워 외교’는 부인 김혜경 여사의 몫이었다.
김 여사는 20일 이집트 대통령궁에서 인티사르 엘시시 여사와 환담 및 오찬을 가졌다. 오찬에서 김 여사는 인티사르 여사가 직접 이집트의 전통 음식을 소개해준 데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며, 최근 ‘K-컬처’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K-푸드’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되면 인티사르 여사님께 ‘K-할랄푸드’도 직접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할랄푸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가공해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뜻한다.
과거 요리책을 출간하기도 했던 김 여사는 중동 방문 내내 ‘K-푸드’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19일 주 UAE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할랄 인증 K-푸드 홍보 행사’에 직접 참여해 중동에서 ‘K-푸드’를 소개하고 있는 기업인을 격려했다. 할랄 인증 한우 홍보 부스에서 고기 한 점을 맛본 뒤엔 “식감이 되게 부드럽고, 등심인데 기름기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팜 기술을 이용해 건조한 사막 기후인 UAE에서 재배한 한국의 설향 딸기를 맛본 뒤엔 “딸기는 한국 딸기가 전 세계에서 최고”라며“신맛이 별로 없고, 달콤한 게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김 여사는 ‘K-푸드’를 맛보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UAE 현지 시민들과도 대화를 나눴다. 할랄 인증 라면 부스에선 UAE 현지인과 함께 불닭면을 시식하며 “매운 걸 먹을 때는 계속 먹어야 한다. 쉬면서 먹으면 더 매워진다”라고 했고, ‘K-컬처’에 관심이 많은 중동 지역 ‘K-인플루언서’들에겐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사자보이즈’ 영향으로 남성 한복과 갓도 인기가 높아진 것 같다”, “한국 드라마는 어떤 걸 보느냐” 같은 대화를 나눴다. 전날 UAE 대학 한류 동호회 회원들과의 할랄 한우 오찬 간담회에선 “문화 교류가 산업적이거나 상업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 간의 교류가 핵심이라는 게 대통령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K-컬처’ 홍보에도 주력했다. 김 여사는 20일 최근 개관한 이집트 대박물관을 방문해 이집트 대통령의 부인 인티사르 여사와 친교의 시간을 보냈다. 김 여사는 투탕카멘 황금가면과 람세스 2세 석상 등 10만여점을 전시하고 있는 대박물관을 둘러본 뒤 “이집트가 간직한 방대한 역사문화유산과 정교한 보존 노력이 매우 인상적”이라며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국립중앙박물관과도 향후 협력 사업을 추진해 나가면 좋겠다”고 했다.
김 여사는 UAE 아부다비에서 18일 열린 ‘문화, UAE와 한국을 잇다’ 공연에는 살구색 치마 한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앞세워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다. 김 여사는 공연 도중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자 잠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선화예고 선·후배 사이인 조씨와 김 여사는 공연 직후 서로를 포옹하고 울컥하며 반가움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도 과거 성남시장이던 2017년 성남문화재단의 기획 공연으로 조씨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2021년 조씨가 이 대통령의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달자, 이 대통령은 “옆에 아내가 안부 인사 드린다고 전해 달란다”는 답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