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48개 팀만으로도 이미 과부하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2030년 단 한 번 무려 64개국 체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점점 현실 논의 단계에 올라서고 있다. 유럽 중심으로 “대회 질이 추락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만 월드컵 100주년이라는 상징성 앞에서 남미축구연맹(CONMEBOL) 내부에서 출전국 확대 요구가 급격히 늘어나며 FIFA의 계산도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디 애슬레틱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알레한드로 도밍게스 CONMEBOL 회장이 2030년 월드컵을 기념해 한시적으로 출전팀을 64개국으로 확장하자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도밍게스는 FIFA 부회장 자격으로 “1930년 우루과이 대회 이후 100년 만에 맞는 특별한 무대라면 기존과 다른 방식의 월드컵을 개최할 기회가 있다”고 주장했다. FIFA가 설립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실제 월드컵이 ‘세기를 관통하는 행사’로 재조명되는 것은 처음인 만큼 상징적 숫자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2030년 대회는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가 본선을 공동 개최하고 개막전 3경기만 우루과이·아르헨티나·파라과이에서 치르는 이례적 구조로 진행된다. 우루과이는 초대 개최국 아르헨티나는 2022년 우승팀, 파라과이는 CONMEBOL 본부가 있는 국가라는 상징성을 반영한 결정이다. 그러나 개막전 단 한 경기만 배정받은 남미 국가들은 “100주년 기념 대회에 걸맞은 대우가 아니다”라며 확장 논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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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회 규모가 이미 과도하게 커졌다는 여론이다. 내년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은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50% 증가했고, 경기 수도 64경기에서 104경기로 폭증했다. 이 때문에 일정·피로·경기 질 하락 등 우려가 이어지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출전국 확대안이 등장한 셈이다.
도밍게스는 현지 기자회견에서 “100주년에는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며 “64개국 월드컵은 세계를 하나로 묶는 상징적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제안을 공식적으로 연구·검토 안건에 올릴 것을 요청했고, 이미 올해 3월 우루과이축구협회 측에서 비슷한 제안이 FIFA 회의 말미에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64개국 체제가 실현되면 남미 3개국은 개막전 외에도 조별리그 경기 일부를 추가로 유치할 수 있게 된다. 특히 2030년 대회가 남미 대륙에 사실상 “개최 지분”을 부여한 셈이기 때문에 FIFA 규정상 같은 대륙이 세 대회 중 한 번만 개최할 수 있다는 제한도 당분간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2014 브라질 이후 오랜 기간 월드컵을 유치하지 못했던 남미가 최소 2042년까지 개최 의무에서 벗어나는 효과도 있다.
반면 유럽축구연맹(UEFA)과 북중미카리브해연맹(CONCACAF)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유럽 예선의 희소성이 훼손되고, 이미 본선 진출 문턱이 낮아진 남미·아시아·아프리카에서 지나치게 많은 팀이 자동 출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0개 FIFA 회원국 중 4분의 1이 본선에 나서는 것 자체가 축구의 경쟁적 구조를 흔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FIFA가 반드시 반대할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년 48개국 본선 체제로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UAE 등 거대한 스폰서 시장을 가진 국가들이 예선에서 탈락했다. 중국은 3차 예선에서 C조 5위로 UAE는 아시아 플레이오프에서 이라크에 패하며 본선행이 좌절됐다. FIFA 입장에서는 시청률·스폰서·경제효과 면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결국 중국과 중동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면 2030년 한정 64개국 체제는 결코 허무맹랑한 제안이 아니라 현실적인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