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안세영(삼성생명)이 호주오픈 4강에 오르며 시즌 10관왕까지 단 두 걸음만 남겨뒀다. 코트 위에서 보여주는 경쾌한 움직임과 압도적 집중력은 세계 랭킹 1위의 위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번 대회에서도 사실상 경쟁 구도를 무너뜨리며 ‘독주 체제’에 가까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안세영은 BWF 슈퍼 500 호주오픈 여자 단식 8강에서 일본의 마나미 스이즈(세계 38위)를 21-10, 21-8로 손쉽게 밀어내고 준결승행을 확정했다. 경기 시작부터 주도권을 쥔 채 한순간도 리듬을 빼앗기지 않았다. 32강 셔나 리(21-6, 21-6), 16강 둥추통(21-7, 21-5)까지 앞선 두 경기 모두 압승으로 끝냈고, 8강전까지 세 경기 합쳐 경기 시간이 고작 105분에 불과하다. 이 정도 페이스면 ‘체력 소모’라는 단어조차 의미가 없다.
1게임 초반 잠시 1~2점의 실점이 있었지만 흐름이 흔들린 건 아니었다. 3-2, 4-2로 앞서며 곧바로 균형을 잡았고, 6-6 동점 이후 연속 득점을 터뜨리며 단숨에 격차를 벌렸다. 11-6으로 물꼬를 튼 뒤 21-10으로 완벽하게 첫 게임을 정리했다. 2게임은 그야말로 초반 KO였다. 11-0으로 게임을 끊어놓은 뒤 남은 시간 동안 차분히 점수를 관리하며 21-8로 마무리했다. 경기 흐름 전체가 안세영의 손바닥 위에 있던 한 판이었다.
이로써 안세영은 22일 열리는 준결승에서 라차녹 인타논–수파니다 카테통(태국)의 8강전 승자를 만나 결승 티켓을 두고 맞붙는다. 상위 랭커가 대부분 불참한 이번 대회 상황을 고려하면, 안세영이 우승까지 치고 올라갈 가능성은 매우 높다.
대회 조직위원회 역시 안세영의 경기력을 극찬했다. 호주오픈 공식 계정은 SNS를 통해 “안세영은 완전한 마스터 클래스를 선보였다. 놀라운 집중력, 두려움 없는 공격, 빈틈 없는 경기 운영이었다”고 표현했다. 대회 관계자가 한 선수에게 이렇게 노골적으로 감탄을 표하는 일은 흔치 않다.
실제로 이번 대회는 상위권 경쟁자들의 대거 불참으로 안세영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중국의 왕즈이, 한웨, 천위페이 등 세계 상위 랭커들이 전국체전을 사유로 호주행을 포기했고,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 역시 구마모토 마스터스에 집중하기 위해 출전하지 않았다. 세계 랭킹 1~5위 중 이번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오직 안세영뿐이다.
배드민턴 강국 인도네시아의 푸트리 쿠사마 와르다니(7위)가 그나마 도전자로 꼽히지만 경기력 격차를 고려하면 위협이라기보다 상징적인 ‘추격자’ 수준이다. ‘톱 커미티드 규정’ 때문에 슈퍼 500급 대회를 최소 두 번은 뛰어야 하는 안세영은 지난주 구마모토 마스터스를 건너뛴 뒤 호주로 향했는데, 지금의 흐름이라면 오히려 컨디션 조율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모양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는 순간 안세영은 지난해 본인이 세운 BWF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9승)을 단숨에 경신하게 된다. 이어서 12월 HSBC 월드투어 파이널스까지 제패하면, 일본의 모모타 겐토가 2019년에 세웠던 ‘한 시즌 11회 우승’이라는 기록까지 가시권에 들게 된다. 동시에 ‘BWF 올해의 여자 선수상 3년 연속 수상’이라는 전례 없는 대기록도 눈앞에 다가온다.
여기에 국내에서도 기쁜 소식이 더해졌다. 안세영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년 체육발전유공 포상 및 제63회 대한민국체육상’에서 경기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미 세계 무대를 평정한 그녀가 한국 스포츠계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