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이강인이 다시 파리 생제르맹(PSG)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여름 이적 논란을 겪으며 한때 입지가 흔들렸던 그가, 주전 경쟁의 정면에 서며 엔리케 감독 체제에서 완전히 달라진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PSG는 오는 23일(이하 한국시간)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르아브르와 리그1 12라운드를 치른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최근 미드필더진의 상승세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이강인의 이름을 꺼냈다. 엔리케 감독은 “논쟁은 원치 않지만 팀에는 수준 높은 미드필더들이 많다”며 세니 마율루, 자이르-에메리, 데지레 두에, 은장투와 함께 이강인을 당당히 거론했다. 엔리케 감독의 언급만 봐도 이강인의 입지가 지난 시즌과는 분명히 달라졌음을 드러낸다.
PSG는 현재 부상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뎀벨레는 회복 단계에 있고, 두에·하키미·누누 멘데스는 대형 부상으로 장기 공백이 불가피하다. 당장 측면과 2선에서 쓸 만한 자원이 크게 줄어들면서 이강인의 출전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었다. 문제는 단순히 ‘기회가 왔다’는 수준이 아니라, 이강인이 주어진 시간마다 팀을 움직이는 실질적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니스전에서 후반 교체로 투입돼 정확한 코너킥 한 번으로 결승골을 만들어낸 것이 신호탄이었다. 이후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에서는 뎀벨레 부상 대체로 빠르게 투입돼 날카로운 왼발 킥 능력을 폭발시켰다. 이날 총 15개의 크로스를 뿌린 그는 주앙 네베스의 골을 정확히 도우며 팀의 유일한 희망 줄기로 활약했다.
리옹전에서는 선발로 나서 후반 추가시간 다시 네베스의 머리를 겨냥한 코너킥을 올리며 또 한 번 승부를 바꿔놓았다. 2경기 연속 ‘결정적 장면의 중심’에 선 셈이다. 단순히 뛰는 것이 아니라, 승부의 흐름을 바꾸는 플레이를 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 평가도 급속도로 달라지는 중이다.
국가대표에서도 흐름은 이어졌다. 볼리비아·가나전 두 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면서 올해에만 5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가나전에서는 이태석의 골을 이끄는 얼리 크로스를 선보이며, 대표팀에서도 변함없이 팀을 움직이는 역할을 수행했다.
현지에서도 이강인을 다시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히 달라졌다. PSG 팬 매체 알레 파리는 “뎀벨레와 두에의 공백을 채우는 새로운 크랙은 이미 팀 안에 있었다”며 이강인의 상승세를 강조했다. 파리는 시즌 초부터 예상치 못한 부상 악재가 잇따르며 공격 자원이 부족해졌지만, 이강인이 그 허리를 완전히 채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풋메르카토는 지난 시즌을 ‘다운그레이드’로 표현하며 “이강인은 거의 팀을 떠날 뻔했지만 PSG가 5000만 유로(847억 원)를 요구하며 이적이 무산됐다. 그러나 지금 그는 시즌 초부터 최고의 경기력을 되찾으며 스스로 부활을 증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뮌헨전에서 천재성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고 니스전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올 시즌 들어 변한 이강인의 태도와 경기 집중력을 높게 평가했다.
프랑스 현지 소식통들도 “이강인의 마음가짐이 지난 시즌보다 훨씬 성숙해졌다. 기분이나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팀이 원하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하며 구단 내부에서도 달라진 태도에 만족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르파리지앵은 르아브르전 예상 라인업에 이강인을 공격진에 배치하며 “조지아 대표팀 일정으로 체력이 떨어진 크바라첼리아 대신 최근 가장 뜨거운 폼을 유지하는 이강인이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