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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승려 "조선인 유골 발굴, 과거의 어둠 응시하는 계기 돼"

연합뉴스

2025.11.22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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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사찰 도노히라 주지, '화해와 평화의 숲' 출간
日승려 "조선인 유골 발굴, 과거의 어둠 응시하는 계기 돼"
홋카이도 사찰 도노히라 주지, '화해와 평화의 숲' 출간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재일 조선인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들이 왜 홋카이도에 왔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유골 발굴 작업을 하면서 과거 노동 현장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기억하게 됐어요."
홋카이도 사찰 이치조사(一乘寺)의 도노히라 요시히코 주지는 22일 도쿄 분쿄구에서 열린 '화해와 평화의 숲' 출판 기념회에서 수십 년간 진행한 유골 발굴 작업을 회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에서 지난 8월 출간된 이 책은 도노히라 주지가 그간의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발굴 관련 활동을 정리한 기록물이다.
도노히라 주지는 1976년 홋카이도 북부 슈마리나이 호수에 놀러 갔다가 인근 사찰에서 인수자가 없는 위패 80여 기를 본 것을 계기로 유골 발굴을 결심했다.
슈마리나이 지역에서는 1935∼1943년 철도·댐 공사가 진행됐고, 일본인 수천 명과 조선인 3천여 명이 노동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노히라 주지가 만났던 위패는 당시 사망한 노동자들의 것이었다.
그는 이후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발굴 한일 공동 워크숍'을 만들어 유골 발굴 작업을 추진했고 강제로 동원돼 노동하다 사망한 조선인 유골을 한국에 보내기도 했다.
슈마리나이 지역에는 일본인과 조선인 노동 사실 등을 소개한 '사사노보효(笹の墓標) 전시관'이 1995년 개관했다. 전시관은 2020년 폭설로 무너졌으나, 시민들이 지난해 9월 새 건물을 완공해 '사사노보효 강제노동 박물관'을 열었다.
도노히라 주지는 "유골 발굴은 공동의 발걸음이었다"면서 가해자인 일본인과 피해자인 한국인이 함께 발굴했다고 밝혔다.
그는 책에서 "슈마리나이에서는 식민지 지배와 전쟁이 가져온 인간의 비인간화가 이어졌다"며 유골 발굴 작업이 과거의 어둠을 응시하면서 미래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한일관계를 연구하는 요시자와 후미토시 니가타국제정보대 교수는 축사를 통해 "책에는 위기를 맞이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기술돼 있어 읽다 보면 용기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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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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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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