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조 추첨을 앞두고 공개한 포스터 한 장으로 전 세계 팬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0·알 나스르)는 빠지고 리오넬 메시(38·인터 마이애미)만 남은 구성에 FIFA는 결국 포스터를 삭제하는 초유의 해프닝을 맞았다.
영국 ‘스포츠 바이블’은 21일(한국시간) “FIFA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홍보 포스터에서 호날두를 제외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삭제했다. 이후 호날두를 포함한 새로운 이미지를 올렸지만 이번엔 메시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이 중심에 배치돼 또 다른 분노를 샀다”고 보도했다. 포스터 한 장이 메시와 호날두의 오랜 라이벌 구도를 다시 들쑤신 셈이다.
논란의 시작은 간단했다. FIFA가 내달 6일 열리는 조 추첨 홍보를 위해 SNS에 올린 포스터에는 출전 확정 42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한 명씩 등장했다. 손흥민은 당연히 포함됐지만 포르투갈의 대표 얼굴은 호날두가 아니라 브루노 페르난데스였다. 엘링 홀란, 킬리안 음바페, 해리 케인, 메시 등 전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을 모두 넣어놓고 유독 호날두만 빠져 있었다.
[사진]OSEN DB.
축구 팬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실수일 리 없다”, “의도적인 배제다”, “편집자가 메시 팬이냐”라는 비난이 폭주했다. 월드컵 5회 연속 득점, 통산 8골, 사상 첫 6번째 월드컵 출전 가능성까지… 호날두는 역사적으로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징이다. 그런 인물을 제외한 구성은 팬들에게 일종의 도발처럼 느껴졌다.
아이러니한 건, 논란이 터지기 며칠 전 호날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같은 행사에 참석해 공식석상에 나란히 서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터에서 빠졌다”는 사실은 더 큰 의문을 키웠다. 팬들의 불신은 순식간에 의혹으로 바뀌었다.
결국 FIFA는 해당 포스터를 아무 설명 없이 조용히 삭제했다. 그런데 두 번째 포스터가 문제였다. 이번엔 호날두가 들어갔지만 브루노는 빠졌고, 중심엔 메시가 월드컵 트로피를 들고 있는 장면이 크게 배치됐다. 마치 “메시가 주인공”이라는 암시처럼 보였고 팬들의 분노는 더 거세졌다.
월드컵 트로피는 현재의 메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승자’ 메시를 상징하는 이미지인데, 이런 선택은 조 추첨 홍보 포스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황당한 요소는 더 있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을 탈락시켰던 모로코의 유세프 엘 네시리가 호날두 위에서 헤더를 터뜨리는 장면이 그대로 들어갔다.
한국 대표 장면도 손흥민의 단독 이미지가 아닌, 뜬금없는 단체사진으로 교체됐고, 여기에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 노래를 불렀던 BTS 정국까지 사진 속에 등장했다. 팬들은 “도대체 기준이 뭐냐”, “이건 홍보가 아니라 콜라주 수준”이라며 황당해했다.
FIFA는 현재까지 이미지 교체의 이유를 공식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 추첨을 앞두고 메시와 호날두라는 시대의 두 아이콘이 다시 한 번 ‘팬덤 전쟁’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분명하다. 포스터 하나가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었고, 월드컵을 홍보해야 할 FIFA는 오히려 스스로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모양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