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에서 잠재적인 대선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미국은 여성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자신의 신간 『더 룩』 홍보 차 뉴욕시 브루클린 아카데미 오브 뮤직에서 가진 대담 자리에서다. 해당 영상은 15일 미셸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공개됐다.
미셸은 이날 “지난 선거에서 보았듯 안타깝게도 우리는 준비가 안 돼 있다”며 “그래서 나한테 ‘출마하라’는 말은 아예 꺼내지도 말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셸은 1988년 미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으로 199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2008년 남편이 대선에 뛰어들자 선거 운동에 적극 참여했고, 이듬해 45세에 영부인이 됐다.
미셸은 이어 “여러분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아직도 성장해야 할 부분이 많고, 아쉽게도 아직도 여성의 리더십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성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니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도 했다. 미국의 남성들이 여성이 지도자가 되는 것을 편안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미셸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 압박을 받을때 교체 후보로도 거론됐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높다.
미국은 2008년 헌정 사상 첫 유색 인종 대통령을 배출했다. 미셸의 남편인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오바마는 케냐 출신 미국 유학생이었던 흑인 아버지와 캔자스 출신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여성 대통령은 아직이다. 2016년 대선에서 주요 정당의 여성 후보론 처음으로 민주당의 힐러리 클런턴 전 국무장관이 대선에 도전했지만 백인 남성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2024년 대선에서도 첫 인도계 흑인 여성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나섰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였다. 미국 역사에서도 흑인 남성(1870년)이 백인 여성(1920년)보다 먼저 참정권을 가졌다.
한편 미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을 지낸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19일 CNN에 출연해 “왜 안 되느냐”며 미셸의 발언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제가 지도부에 출마했을 때도 사람들은 ‘누가 그녀한테 나가도 된다고 했어?’라고 했다”며 “아이고, 불쌍한 것들. 내가 당신들 허락받을 때까지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펠로시는 “저는 미국인들이 (첫 여성 하원의장보다) 첫 여성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훨씬 더 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생각 자체가 너무 흥분되는 일이고, 전 세계에 전달하는 메시지도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행정부에서 특정 직책을 맡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남성들 사이에 ‘서열(pecking order)’이 존재하며, 이는 “공화당 측에서 여전히 실제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