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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종묘까지 공개토론 제안…정치권 "공수표 남발" 쓴소리, 왜

중앙일보

2025.11.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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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종묘 인근 개발은 국민적인 토론을 거쳐야 하는 문제다.”
▶오세훈 서울시장=“서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국무총리와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저하고 (토론)하자고 해라. 총리는 바쁘니까.”

최근 정치권에선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반대 진영의 정치인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하는 게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부터 서울 종묘 인근 재개발까지 논란이 있는 곳엔 반드시 토론 제안이 뒤따를 정도다. 이 같은 토론 제안이 대개 “깐족거리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방구석 여포냐” 등 상대방을 향한 비난으로 마무리되는 것도 일상화됐다. 다시 말해 “토론하자”는 말은 쏟아지지만 정작 진짜 토론이 성사되는 일은 드물다는 것이다.

가장 열성적으로 토론을 요청하는 사람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다.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이 벌어진 지난 12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조국 전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전·현직 법무부 장관을 호명하며 “언제든, 김어준 방송 포함 어느 방송이든, 한 명 아니라 여럿이라도 저는 좋다”고 토론을 제안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을 찾아 시민들에게 여당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좌). 같은 날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국회 소통관에서 비례대표 선거운동 제한 위헌법령 헌법소원 청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우). 연합뉴스

하지만 토론을 제안받은 상대는 호응하지 않거나 한 전 위원장을 비꼬는 방식으로 응수했다. 조 전 위원장은 “칭얼거림에 응할 생각 없다. 토론하자는 글을 쓰기 전에 수사받을 준비부터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역시 토론을 제안받은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닥치는 대로 (토론 제안을) 난사하는 데다 특유의 ‘깐ㅈ’(깐족) 태도가 여전하다”고 했다.

이에 한 전 대표가 “거대 여당 법무부 장관들이 방구석 여포처럼 이게 뭐냐. 모두 토론이 무서워서 도망간 장면”이라고 받아치며 수차례 설전이 이어졌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울시당 새로운서울준비특별위원회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한강버스 운항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토론을 제안받은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합세해 “나랑 하자”고 외치는 경우도 빈번했다. 오세훈 시장이 종묘 재개발을 두고 김민석 총리에게 토론을 제안하자 박주민 의원은 자신과 토론하자며 “주거 공급도 좀 토론하고, 서울시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토론하자”고 했다. 박 의원은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하고 있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가능하다면 (박범계 의원과) 함께 (대장동 항소 포기) 토론을 좀 하고 싶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장동혁 대표 선거법 (재판)에서도 항소 포기했다고 하는데,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했다. 조상호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한동훈씨 자신 있으면 토론하자”, “한동훈씨! 티조(TV조선), 채널A 다 좋다. 자신 있음 토론하자”는 게시글을 페이스북에 연이어 올렸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토론 제안이 “소모적 설전”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각자가 몸값을 올리기 위해 토론을 제안하고 있는데, 실제로 할 생각이 있는 사람은 적을 것”이라며 “어차피 성사 안 될 게 뻔하니 이슈 몰이를 목적으로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원색적 표현을 쓰며 ‘토론 하자’, ‘하지 말자’만 반복하니 정치의 품격도 떨어진다”고 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국회에선 원래 일상적으로 대화와 토론이 이뤄져야 하지만, 그게 안 되고 있다”며 “각자 자기에게 유리한 주제로, 일방적 얘기를 하기 위해 토론을 제안하니 변죽만 울리는 게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토론을 하면 유튜브 쇼츠 등으로 홍보할 수 있으니 그 목적으로 토론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변화한 미디어 환경의 여파”라고 분석했다.




조수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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