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메르츠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이 대통령에게 이렇게 물었다.
“대한민국의 대(對) 중국 인식에 대해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저희는 대(對) 중국 전략을 현재 고심 중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양국 간에 여러 가지 분야에서의 경제 협력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지난 5월 메르츠 총리는 독일 기업들이 과도하게 중국에 의존할 경우 공급망과 기술 보안 측면에서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그는 또 국제질서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러시아·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독재의 축’의 갈등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배경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질문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독일이 먼저 간 길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독일의 경험으로 배울 게 많이 있다”며 “어떻게 그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 독일을 이뤄냈는지, 우리 대한민국은 거기서 경험으로 배워서 대한민국도 그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숨겨놓은 노하우 있으면 꼭 알려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메르츠 총리 역시 웃으면서 “비밀 노하우는 없다”고 답했다. 메르츠 총리는 “한반도와 주변의 상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이 많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독일에 약 85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유럽 진출의 거점국이자 유럽 내 최대 교역국으로서 꾸준한 협력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유럽 국가들이 방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방산 강국’ 독일과 한국 기업들의 협력 심화에 메르츠 총리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독일 정상회담 직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을 내년 한국으로 국빈 초청했다. 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올해 9월에 방한하려다 못했는데, 내년은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인 특별한 해인 만큼 꼭 방한해주길 바란다. 국민과 함께 국빈으로 잘 모시겠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내년 방한을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고, 이 대통령은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확대 세션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대면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그때 마크롱 대통령이 제 옆자리에 앉았는데, 그 모습을 담은 영상이 대한민국에서 매우 유명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프랑스와 대한민국은 특별한 관계인데, 오늘 회담을 계기로 정말 각별한 관계로 더 발전하면 좋겠다”며 “양국의 관계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더 격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대한민국이 (북한의) 남침으로 위기를 겪을 때 파병을 통해 지원해 준 점에 대해 다시 감사드린다”며 “프랑스 대혁명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G7에서 잠깐 마주칠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에 회담하게 돼 기쁘다”며 “양국은 안보·인공지능(AI)·우주·원자력발전·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 문제 등 핵심적 사안에 대해 명백하고 일관성 있는 입장을 유지해주는 점에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