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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하면 누군지 금방 안다"…울산 교사들, 갑질 당해도 침묵

중앙일보

2025.11.22 14:00 2025.11.2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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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근무시간이 끝난 뒤에도 카카오톡으로 업무 지시가 이어져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아무 설명 없이 공문을 반복 반려하며 압박했습니다." 최근 울산지역 교사들이 밝힌 학교 내 이른바 '갑질' 사례다.
남자 직장인 뒷모습. Handsome man in a black suit and tie to his full height, he stands with his back to the camera on a light background. 사진 셔터스톡 [중앙포토].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울산 교사들 "교감에게 '갑질' 당해"

울산지역 교사 10명 중 6명이 이러한 '갑질'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전교조 울산지부가 공개한 설문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울산지역 초·중·고 교사 134명을 대상으로 최근 3년 동안 갑질을 당했거나 목격한 경험을 설문 조사한 결과, 83명(61.9%)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갑질 가해자로 지목된 대상(복수응답)은 교감이 52명(38.8%)으로 가장 많았다. 교장 47명(35.1%), 동료 교사 31명(23.1%), 기타 교직원 14명(10.4%) 등이 뒤를 이었다. 갑질을 경험한 교사 83명 중 실제 교육청 등에 신고한 이는 7명(8.4%)에 그쳤다. 신고를 고민했으나 결국 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76명(56.7%)에 달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복수응답)는 '학교 내 관계 유지'가 62명(46.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복과 2차 피해 우려'(57명·42.5%), '신고해도 인정받지 못할 것 같은 불신'(48명·35.8%), '절차가 막막하고 부담스러움'(31명·23.1%) 등이 꼽혔다. 일부 교사는 "신고하면 금방 신원이 드러난다", "조사는 형식적일 뿐이다", "가해자가 오히려 승진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울산지역 교사 '갑질' 관련 설문조사 결과. 자료 전교조 울산지부
교육 당국의 대응에도 불만이 컸다. 갑질을 신고한 경험이 있는 교사 7명 중 5명(71.4%)이 처리 과정에 '불만족'을 표시했다. '보통'은 1명, '대체로 만족'은 1명뿐이었다.

갑질 즉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한 별도 조례 제정 필요성에 대해선 101명(75.4%)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 없다'는 응답은 6명(4.5%), '잘 모르겠다'는 답은 27명(20.1%)이었다. 직장 내 갑질 근절 조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서울·부산·대구·인천·세종·충북·경기·경북·경남·전북·전남·제주 등 12곳에서 시행 중이지만 울산은 아직 없다. 조례에는 신고자·피해자 보호 및 지원, 사안 처리 기준, 교육감의 책임과 역할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탓일까. 울산에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는 명예퇴직 교사가 증가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과 8월 말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는 총 208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7명, 10년 전인 2013년 107명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증가다. 명예퇴직 신청자 중 공립 중·고등학교 교사가 106명으로 가장 많았다.
울산지역 교사 '갑질' 관련 설문조사 결과. 자료 전교조 울산지부
전교조 울산지부는 "울산 교육현장 갑질 문제는 개별 교사 인내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며 "교사의 생명·안전과 교육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직장 내 괴롭힘 근절 조례를 즉각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 "교원 1명 중 134명만 설문 참여"

이에 대해 울산교총(교직원총연합회)은 성명 통해 "(해당 조사 내용이) 울산지역 전체 교원 1만여명 중 134명만이 참여한 소규모 조사였다"면서 "또 자발적 참여 방식이어서 불만이 큰 교사가 적극적으로 응답했을 가능성이 커 전체 교원 실태로 일반화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윤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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