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이 끝난 뒤에도 카카오톡으로 업무 지시가 이어져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아무 설명 없이 공문을 반복 반려하며 압박했습니다." 최근 울산지역 교사들이 밝힌 학교 내 이른바 '갑질'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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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교사들 "교감에게 '갑질' 당해"
울산지역 교사 10명 중 6명이 이러한 '갑질'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전교조 울산지부가 공개한 설문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울산지역 초·중·고 교사 134명을 대상으로 최근 3년 동안 갑질을 당했거나 목격한 경험을 설문 조사한 결과, 83명(61.9%)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갑질 가해자로 지목된 대상(복수응답)은 교감이 52명(38.8%)으로 가장 많았다. 교장 47명(35.1%), 동료 교사 31명(23.1%), 기타 교직원 14명(10.4%) 등이 뒤를 이었다. 갑질을 경험한 교사 83명 중 실제 교육청 등에 신고한 이는 7명(8.4%)에 그쳤다. 신고를 고민했으나 결국 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76명(56.7%)에 달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복수응답)는 '학교 내 관계 유지'가 62명(46.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복과 2차 피해 우려'(57명·42.5%), '신고해도 인정받지 못할 것 같은 불신'(48명·35.8%), '절차가 막막하고 부담스러움'(31명·23.1%) 등이 꼽혔다. 일부 교사는 "신고하면 금방 신원이 드러난다", "조사는 형식적일 뿐이다", "가해자가 오히려 승진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 당국의 대응에도 불만이 컸다. 갑질을 신고한 경험이 있는 교사 7명 중 5명(71.4%)이 처리 과정에 '불만족'을 표시했다. '보통'은 1명, '대체로 만족'은 1명뿐이었다.
갑질 즉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한 별도 조례 제정 필요성에 대해선 101명(75.4%)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 없다'는 응답은 6명(4.5%), '잘 모르겠다'는 답은 27명(20.1%)이었다. 직장 내 갑질 근절 조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서울·부산·대구·인천·세종·충북·경기·경북·경남·전북·전남·제주 등 12곳에서 시행 중이지만 울산은 아직 없다. 조례에는 신고자·피해자 보호 및 지원, 사안 처리 기준, 교육감의 책임과 역할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탓일까. 울산에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는 명예퇴직 교사가 증가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말과 8월 말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는 총 208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7명, 10년 전인 2013년 107명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증가다. 명예퇴직 신청자 중 공립 중·고등학교 교사가 106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울산 교육현장 갑질 문제는 개별 교사 인내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며 "교사의 생명·안전과 교육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직장 내 괴롭힘 근절 조례를 즉각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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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 "교원 1명 중 134명만 설문 참여"
이에 대해 울산교총(교직원총연합회)은 성명 통해 "(해당 조사 내용이) 울산지역 전체 교원 1만여명 중 134명만이 참여한 소규모 조사였다"면서 "또 자발적 참여 방식이어서 불만이 큰 교사가 적극적으로 응답했을 가능성이 커 전체 교원 실태로 일반화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