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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반대한 '점심 휴무'…대구 공무원 "이젠 밥 먹으러 갑니다"

중앙일보

2025.11.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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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9일 전국공무원노조 대구본부 달서구지부 조합원 등이 대구 이곡2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가진 집회에서 점심시간 휴무제 당장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휴식권을 보장해달라”는 공무원들과 “시민 불편을 초래한다”라는 주장이 4년간 맞선 끝에 대구에서 내년부터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가 전면 도입된다.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이하 협의회)는 21일 최근 열린 ‘민선 8기 4차 연도 제2차 정기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역 9개 구·군은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 시행을 위한 ‘민원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을 완료했으며, 연말까지 홍보와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을 운영하지 않고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의 휴식을 보장하는 제도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평일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의 편의를 위해 점심시간에 조를 짜 교대로 식사한 뒤 복귀했다. 앞서 2017년 경남 고성군이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 이후 부산과 울산 등 전국 100여 곳에서 시행하는 등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전국적으로 퍼지는 추세다.

대구 지역에서 공무원 노조를 중심으로 점심 휴식권을 보장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진 건 2021년부터다. 노조 측은 “점심 교대근무로 오히려 1~2시까지 대기가 길어져 주민 불편을 초래한다”며 “우체국 등 공공기관, 은행에서 점심시간 휴무제를 운영해 시민 반응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군에서도 노조 요구에 크게 반대하는 분위기는 없었다. 이에 따라 2022년 11월 협의회는 홍보를 거쳐 2023년 4월부터 10월까지 시범 운영을 하기로 합의했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에 대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입장글. [사진 홍준표 전 시장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시행을 앞두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반대에 부딪혔다. 홍 전 시장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이고 국민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만큼 국민에 대한 무한 봉사자여야 한다”며 “(휴무제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점심시간에 짬을 내 민원 업무를 보러 오는 시민을 곤란하게 만드는 잘못된 조치”라고 말했다. 이에 협의회 측도 잠정 보류를 결정했다. 다만 달서구와 중구·수성구·남구 등 일부 행정복지센터에서 시범 운영하는 방식으로 휴무제를 운영해왔다. 군위군은 자체 시행 중이다.

그러던 지난 4월 홍 전 시장이 대선 출마로 시장직을 내려놓으면서 반대 기류가 누그러졌다.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류규하 중구청장은 휴무제를 도입하면서 “지역의 공통 현안을 중심으로 실질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협의회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앞으로 9개 구·군 차원에서도 행정 효율을 높이고 시민 민원 서비스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다만 대구시는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하지 않는다. 민원 성격이 다르고 전국 광역단체 중에서 민원실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하는 곳은 아직 없다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2021년 서울 한 구청 민원실에 점심휴무제 배너가 놓여 있다. 뉴스1
대구 공무원 노조는 ‘늦은 결정’이라면서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는 ‘점심시간 휴무제 전면시행을 환영한다!’는 제목의 성명문에서 “(휴무) 결정을 번복했던 기초단체장들에 대한 분노 등 많은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면서도 “대구 구청장과 군수는 제도 시행에 만전을 기해 또 다른 불편이 없도록 잘 준비해야 한다. 점심시간 교대근무 폐지가 전국으로 확산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백경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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