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의료비, 식비 등 체감 물가 ↑…지방선거 패인으로 꼽혀
중간선거 1년 앞둔 트럼프, 수입식품 관세 내리며 반전 시도
[특파원 시선] 트럼프도 떨게만든 美물가…정책 유턴 신호탄될까
주거·의료비, 식비 등 체감 물가 ↑…지방선거 패인으로 꼽혀
중간선거 1년 앞둔 트럼프, 수입식품 관세 내리며 반전 시도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물가다. 주거·의료비, 식비 등을 감당할 수 있는 가계의 지출 여력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affordability'는 11월 4일 미국 지방선거 이후 워싱턴 정가의 최대 화두가 됐다.
전국 단위 선거는 아니었지만 뉴저지·버지니아 주지사, 뉴욕시장 등을 선출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을 크게 이겼는데, 유권자의 고(高)물가 불만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을 좌우할 중간선거를 1년 앞두고 심상치 않은 민심의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보면 이런 위기감이 묻어난다.
지난 19일 워싱턴DC '미-사우디 투자 포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물가를 내려가게 하고 있다"며 "내 취임 이후 수치를 보면 근원 인플레이션은 2.7% 이하로 떨어졌다. 그들(민주당)의 집권기에는 본 적 없는 수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월마트도 올해 추수감사절 기본 식단 비용이 작년보다 25% 낮아졌다고 발표했다"고 소개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인플레이션이 훨씬 심각했으며 올해 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엔 물가가 많이 안정화됐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이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부의 물가 인하 성과를 유권자들에게 잘 알리지 못했다며 공개적인 불만도 드러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 소비자들의 인식 사이에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NPR·PBS와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지난 10∼13일 미국 성인 1천4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3.0%포인트)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57%)이 트럼프 행정부의 선결 과제로 '물가 인하'를 꼽았다.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9%로, 2021년 1·6 의회 폭동 사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기 집권 직후부터 고강도 관세 정책을 펼쳐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일부 수입식품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며 소비자 달래기에 나섰다.
이번에 상호관세 면제 대상이 된 바나나, 토마토, 소고기, 커피 등은 실제로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자들이 빠르게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품목이기도 하다.
그동안 전방위적 관세 부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을 일축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관세 인하로 방향을 튼 셈이다.
관세를 확대하며 줄곧 보호무역주의 노선을 강화하다가 이제는 소비자 체감도가 큰 품목 관세를 일괄 인하하며 민심 이반을 막으려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미 언론들은 "지난 4월 이후 관세 관련 조치 가운데 가장 큰 후퇴"(워싱턴포스트), "또 하나의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는 의미) 사례"(CNN)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러한 조치가 물가를 당장 유의미하게 낮출지는 알 수 없다.
관세 인하가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될지 미지수인 데다, 주거비 상승, 의료보험료 급등 같은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이기 때문이다.
내년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트럼프 대통령은 '민심은 물가에서 결정된다'는 정치 현실을 실감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관세 정책의 적법성에 대한 대법원 판단도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유턴'이 일회성 조정에 그칠지, 아니면 경제 정책 전반에 영향을 줄 전환점이 될지 앞으로 눈여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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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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