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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도 종전안에 유럽 정상들 "재논의 필요"…신중·의구심

연합뉴스

2025.11.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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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익숙한 아이디어"…이미 거부한 내용 포함 사실 에둘러 언급 유럽 목소리 미반영 불만…부다페스트 협정 러 파기 행위도 강조
美 주도 종전안에 유럽 정상들 "재논의 필요"…신중·의구심
"상당히 익숙한 아이디어"…이미 거부한 내용 포함 사실 에둘러 언급
유럽 목소리 미반영 불만…부다페스트 협정 러 파기 행위도 강조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구상의 초안을 마련해 양측에 이달 27일까지 수용하라고 압박하자 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의구심을 드러내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요하네스버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유럽 정상들은 미국 주도의 우크라이나 평화구상에 표면적으로는 일단 "재논의가 필요하다"거나 "갈 길이 멀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면서 우크라이나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찾으려 분투하는 모습이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내놓은 평화구상에 대해 "상당히 익숙한 아이디어를 포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이 계획은 지난 여름 때처럼 재논의가 필요한 작업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평화구상 초안에 담긴 내용 중 상당 부분이 과거 우크라이나가 협상 과정에서 수용이 어렵다고 밝힌 것들이라는 사실을 에둘러 언급한 것이다.
서방 매체들을 통해 공개된 평화구상 초안에는 우크라이나 루한스크·도네츠크 지역과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러시아가 합병을 주장하는 남부 헤르손, 자포리자 지역도 현재 전선에 따라 사실상 러시아의 지배를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마크롱 대통령은 동결된 러시아 자산 가운데 1천억 달러를 우크라이나 재건·투자사업에 쓰고 수익의 50%를 미국이 가져가기로 한 종전안 내용을 염두에 둔 듯 "동결된 (러시아) 자산은 유럽인이 보유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의 통합은 유럽인의 손에 있다"며 유럽 측 목소리가 빠진 채 미국 측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평화구상에 불만을 내비쳤다.
마크롱은 "단순히 미국의 제안만으로는 될 수 없는, 더 광범위한 협의가 필요한 많은 것들이 있다"며 추가 논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전날 저녁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는 모든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방문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패하면 유럽 대륙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바로 그것이 우리가 이 문제에 몰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쟁을 끝낼 기회가 있지만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주장했다.
메르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1994년 미국·영국·러시아·우크라이나가 맺은 부다페스트 협정을 러시아가 어떻게 대했는지를 상기시켰다고 전하기도 했다.
부다페스트 협정은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안전보장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파기돼 사실상 효력이 사라진 상태다.
유럽 지도자들의 이런 발언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노력에 대한 찬사와 종전안 일부 조항을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시도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독일 정상은 그동안 종전 방향과 관련해 비슷한 입장을 취해 온 국가들과 연대해 미국 주도의 종전에 대해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들은 이날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노르웨이, 아일랜드, 핀란드, EU와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초안은 추가 작업을 요구하는 기반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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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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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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