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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놀이' 미화원 괴롭힌 공무원 갑질…"충격" 항의 빗발쳤다

중앙일보

2025.11.22 19:13 2025.11.2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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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군 7급 공무원이 환경미화원들을 일부러 청소차에 탑승시키지 않고 출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 MBC 보도 캡처

강원 양양군이 ‘7급 공무원의 환경미화원 상대 지속적인 괴롭힘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엄정 조치를 약속했다.

군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법령에 따라 사실관계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사건을 조직 전체 문제로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군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업무·공간적으로 분리하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가능성을 완전 차단했다”며 “가해자에 대해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인사·징계 조치를 취하겠다”고 부연했다. 또 “피해자가 어떤 심리적·업무적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전 과정에 걸쳐 보호 조치를 철저히 강화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전수 조사와 조직문화 개선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속 직원 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려 깊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앞서 21일 MBC는 양양군청 소속 7급 공무원으로 운전직에 종사하는 A씨가 함께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을 지속해서 괴롭혀왔다는 제보를 보도했다. A씨가 일부러 환경미화원들을 차에 태우지 않고 출발해 차를 뒤쫓아 달리게 했다는 게 주요 혐의다.

보도 영상을 보면 환경미화원들이 종량제 쓰레기를 청소 차량에 싣는 중에 청소차가 출발해버리는 모습이 확인된다. 다급한 환경미화원들이 청소차를 따라 뛰어가야 했다고 한다. 피해자인 환경미화원은 “(A씨가) 차를 안 태워주고 뛰게 하는 방법”이라며 “일을 XX같이 하나 계속 욕을 한다”고 말했다.

미화원 쉼터에서는 이른바 ‘계엄령 놀이’라며 환경미화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의혹도 나왔다. A씨가 주식으로 손해를 보면 미화원 중 한명을 골라 폭행을 했다고 한다. 환경미화원들은 “본인의 주식이 3%가 오르지 않으면 ‘제물을 받쳐야 한다’며 저희 3명을 가위바위보를 시켜서 진 사람을 밟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강요 때문에 A씨가 투자한 주식 수백만 원어치를 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빨간색 물건만 쓰게 하는 식으로 강요했는데, 심지어 속옷 검사까지 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아침에 나가기 전에 속옷 검사도 했다. 빨간 색깔 속옷이 아니면 그 자리에서 밟혔다”고 했다.

A씨는 괴롭힌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화원이 청소차에 타기 전 출발시킨 것에 대해 A씨는 “체력단련 차원에서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빨간색 속옷을 강요한 것에 대해선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집에 빨간 속옷 있으면 같이 입고 출근할 수 있겠냐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계엄령 놀이도 장난이라고 했다. A씨는 “장난삼아 게임식으로 해서 지금부터 ‘계엄령 시작’하면 담배도 빨간색 피워야 하고…”라고 했다.

양양군 자유게시판 캡처

이같은 내용이 보도되자 양양군 홈페이지 게시판엔 “지금 세상에 있을 법한 이야기냐?”, “깡패를 채용한 것이냐”, “양양 공무원 안 맞으려면 빨간 속옷 입어야 하나”,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보상하라”, “뉴스 보고 충격이 너무 커서 처음으로 지자체 자유게시판에 글 올린다. 앞으로 사건처리가 어찌 되는지 지켜보겠다”, “방관한 자들 또한 다를 바가 없단 거 인지하고 반성해야 한다”등 비판·항의 글이 수백건 게재됐다.

군은 피해자에 대해 전문 심리 상담 연계, 휴가 및 업무조정 등 종합 지원을 시행하고,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를 위해 전 직원 예방 교육 강화, 보복 우려 없는 비밀신고 시스템 구축, 익명 신고 보호장치 정비, 읍면ㆍ직속 기관 등 사각지대 실태조사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조문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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