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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엑소더스' 옷벗은 검찰 올해만 161명…30%가 '10년 미만'

중앙일보

2025.11.22 22:00 2025.11.2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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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법무부를 규탄하는 문구가 적힌 근조 화환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검찰 조직에서 160명이 넘는 검사가 옷을 벗은 것으로 나타났다. 12·3 비상계엄 발발 이후 이어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그리고 정권 교체 후 본격화된 검찰개혁 파고가 겹치면서 이례적인 규모의 인력 이탈이 현실화했다. 최근 10년 새 가장 많은 수치다.

23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사직한 검사 수는 총 161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퇴직자 132명을 크게 웃도는 것은 물론, 정권 교체 직후였던 2022년의 146명보다도 많다. 통계가 집계된 최근 10년 내 최대치다.

특히 10년 미만의 저연차 검사 이탈이 두드러졌다. 올해 퇴직자 161명 가운데 52명이 10년 미만 검사로,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연도별 10년 미만 퇴직자는 ▶2021년 22명 ▶2022년 43명 ▶2023년 39명 ▶지난해 38명으로 50명을 넘은 적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정권 교체 직후였던 지난 9월에만 47명이 사표를 냈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청 폐지를 중심으로 한 검찰개혁이 이 같은 이탈 현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형사 사건 처리를 위해 현장에서 장시간 초과근무를 이어온 검사들은 오히려 개혁 대상으로 비판받고 있다는 피로감과 박탈감을 호소해 왔다.

앞서 차호동 전 대전지검 서산지청 부장검사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사직하며 “전국적으로 4만건 가까운 형사 사건이 공중에 붕 떠 있는 지경”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제66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검찰 지휘부도 복잡한 과제를 떠안은 상황이다.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 등 새 지도부는 신속한 사건 처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3개 특검에 100여 명이 차출된 데다 ‘관봉권·쿠팡 의혹’ 상설특검에도 추가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인력 공백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등 민감한 사건이 연달아 터지며 조직 사기가 저하된 상태에서 연말까지 퇴직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9일 박재억 전 수원지검장 등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공식·비공식 경위 설명 요구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박 전 지검장과 송강 전 광주고검장은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나기도 했다.




한영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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