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좌초 사고를 수사 중인 해경이 사고 당시 조타실을 비운 채 휴식을 취하고 있던 선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23일 신청했다. 앞서 해경은 사고 당시 휴대전화를 보는 등 한눈을 팔다가 섬과 충돌하기 13초 전에야 항로를 벗어난 사실을 인지한 1등 항해사와 조타수 등을 구속해 과실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목포해양경찰서는 23일 협수로(狹水路) 등 위험구간에서 선박 조종 지휘 의무를 하지 않아 여객선을 좌초시킨 혐의(중과실 치상, 선원법 위반)로 퀸제누비아2호의 선장 A씨(60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선장 A씨는 지난 19일 오후 8시16분 퀸제누비아2호가 협수로인 신안군 앞바다를 지날 때 선박 조종 지휘 의무를 하지 않아 여객선을 무인도와 충돌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사고 충격으로 여객선에 타고 있던 승선원 267명 중 30명이 경상을 입었다.
A씨는 사고 당시 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타실을 비운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A씨가 조타실 옆 선장실에서 쉬고 있다가 사고가 난 뒤에야 조타실로 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사고 당시 A씨의 행동이 선원법을 어긴 것으로 판단했다. 선원법에 따르면 선장은 항구를 출·입항할 때, 좁은 수로를 지날 때, 선박의 충돌·침몰 등이 빈발하는 해역을 지날 때 등은 조타실에 재선해야할 의무가 있다. 퀸제누비아2호의 운항관리규정에도 협수로에 대해 ‘선장이 선박의 조종을 직접 지휘하는 등 특별한 조치를 해야 하는 구간’으로 명시돼 있다.
해경은 여객선이 섬에 충돌할 당시 휴대폰을 보는 등 한눈을 팔다가 배를 좌초시킨 혐의(중과실 치상)로 1등 항해사 B씨(40대)와 인도네시아인 조타수 C씨(40대)를 전날 구속해 과실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사고 당시 조타실에 있던 이들은 선박의 방향을 바꾸는 변침(變針)을 하지 않아 여객선을 무인도와 충돌하게 한 혐의다.
조사 결과 1등 항해사 B씨는 휴대전화를 보다가 섬에 충돌하기 13초 전에야 조타수에게 타각 변경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B씨가 수동운항을 해야 할 협수로 항로에서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해 한눈을 팔다 변침 시기를 놓쳐 충돌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1등 항해사 B씨는 전날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진행된 취재진의 질의에 “(사고 직전) 휴대전화로 잠깐 네이버를 봤다.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1~2번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많은 분에게 피해를 끼쳐 죄송하고, (부당을 당한) 임산부께 더 죄송스럽다”고 했다.
조타수 C씨는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섰다. 그는 해경 조사에서 “전방을 살피는 것은 1등 항해사의 업무이고, 타각 변경 지시를 받았을 때는 섬이 눈앞에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해경은 이날 “여객선 좌초 사고에 대한 합동감식 결과 선체 결함은 없었다”고 1차 소견 결과를 내놓았다. 목포해경은 지난 20일 한국선급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 현장감식을 벌였다. 당시 검사원들은 선체 결함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배를 타고 사고 부분에 접근해 조사를 벌였다.
퀸제누비아2호는 제주에서 승객과 승무원 등 267명을 태우고 목포를 향하던 중 신안 앞바다의 무인도에 좌초됐다. 배에 타고 있던 승객과 승무원들은 사고 접수 3시간10분여 만에 해경에 의해 전원 구조됐으나 승객 30명이 경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