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1부) 최하위 대구FC가 11위 제주SK와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하며 실낱같은 1부 잔류 희망을 이어갔다.
대구는 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2025시즌 K리그1 파이널B(7~12위) 3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전반 28분 제주 유리 조나탄에게 선제골을 내준 대구는 후반 23분 지오바니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날 대구가 패했다면 2부 강등이 확정되고, 이겼다면 제주가 12위로 추락하는 상황이라서 두 팀의 대결은 이른바 '멸망전'으로 불렸다.
승점 33을 쌓은 대구는 11위 제주(승점 36)와 승점 차를 3으로 유지했다. 따라서 오는 30일 일제히 벌어지는 38라운드 최종전 결과에 따라 2부 강등 팀이 가려진다. K리그1은 12위가 2부로 다이렉트 강등되고, 11위와 10위는 2부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PO)를 거쳐 1부 잔류 여부를 가린다. 11위 제주는 9위 울산 HD와, 12위 대구는 8위 안양과 대결한다.
제주는 울산과 최소 비기기만 해도 11위를 확정한다. 제주가 자동 강등을 피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울산도 승강 PO를 피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라서 제주에겐 버거운 상대다. 울산이 제주에게 패할 경우 10위 수원FC에 자리를 내줄 수 있다. 울산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객관적 전력에선 제주에 크게 앞선다. 게다가 제주는 울산 원정경기다.
반면 대구의 상대 안양은 1부 잔류를 확정했다. 특별한 동기부여가 없다. 또 대구는 안방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점이 이점이다. 대구와 제주가 동률이 될 경우 다득점에서 앞서는 대구가 11위로 올라선다. 대구는 1-1로 맞선 후반 37분 황재원이 페널티지역 정면으로 띄운 볼을 에드가가 달려들어 헤더로 득점에 성공하며 경기를 뒤집는 듯했다. 하지만 비디오판독(VAR) 심판과 교신한 주심이 온 필드 리뷰 후 황재원의 크로스 직전에 대구 김정현이 제주 최병욱에게 반칙으로 볼을 빼앗은 것으로 판정하고 골 취소를 선언했다.
대구는 올 시즌 24경기를 뛰면서 11골 12도움을 뽑아낸 에이스 골잡이 세징야의 부상 결장이 뼈아팠다. 허리와 무릎이 좋지 않은 세징야는 진통제 투혼을 발휘하며 팀의 강등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지난 8일 광주FC와 36라운드 경기에 결장했고 A매치 휴식기에 재활에 집중했지만 끝내 제주와 '멸망전'에 나서지 못했다. 세징야는 이날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 관중석에서 응원으로 힘을 보탰다.
한편, K리그2(2부)는 이날 시즌을 마치면서 승격팀과 PO 진출팀이 모두 가려졌다. 서울 이랜드(승점 65)는 안산 그리너스를 6-0으로 완파하면서 4위를 확정했다. 이랜드는 5위 성남FC(승점 64)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단판 승부로 준PO를 치른다. 준PO는 정규시간 동안 무승부가 나올 경우 정규리그 상위 성적 팀이 이기는 방식이다. 성남은 부산 아이파크를 2-1로 꺾으며 전남 드래곤즈(승점 62)를 6위로 끌어내리고 PO행 막차를 탔다. 전남은 충남 아산 원정에서 1-2로 역전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K리그2 조기 우승에 성공한 인천 유나이티드는 충북 청주에 0-1로 졌다. 경기 후 인천은 윤정환 감독과 재계약을 발표했다. 윤 감독은 지난해 K리그1 최하위로 2부로 강등된 인천을 맡아 1년 만에 다시 1부리그로 끌어올렸다. 인천 구단은 23일 "2025시즌 마지막 홈 경기 종료 뒤 팬들 앞에서 유정복(인천광역시장) 구단주가 직접 윤정환 감독의 재계약을 '깜짝' 공개했다"며 "계약 기간은 옵션을 포함해 3년이다"라고 발표했다. 수원 삼성은 인천에 이은 2위로 제주 또는 대구와의 1-2부 승강 PO를 준비 중이다. 3위 부천FC는 K리그2 PO에 직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