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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되살아난 연평도 영웅, 아빠는 품에 안고 어루만졌다 [연평도 포격전 15주년]

중앙일보

2025.11.22 23:34 2025.11.2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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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5일 휴가 때가 마지막인데, 그 때 우리 아들 숨소리, 목소리, 체온까지 제 몸에 저장이 돼 있거든요….”

먼저 간 아들이 영상 속에서 씩 웃자 아버지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15년의 세월을 건너 마주한 미소에 새삼 가슴이 아렸다. 2010년 연평도 포격전의 전사자인 고(故) 문광욱 일병(당시 만 18세)의 아버지 문영조(62)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꼭 내 옆에 있는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해병대는 2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전 15주년 기념행사에서 인공지능(AI) 기술로 복원한 문 일병과 고(故) 서정우 하사(당시 21세)의 생전 모습을 공개했다. 행사에 참석한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영상을 본 유가족들은 하염 없이 눈물을 흘렸다.

2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연평도 포격전 15주년 전승기념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고 문광욱 일병이 아버지 문영조씨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 문씨가 제공한 사진을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 아버지 문씨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으로 만든 것이다. 해병대 영상 캡처
영상에는 문 일병이 전우들을 향해 활짝 웃는 모습, 남매들과 웃으며 가족 사진을 찍는 모습 등이 생생하게 담겼다. 영상의 마지막 장면은 아버지 문씨가 잠이 든 듯 눈을 감은 문 일병을 끌어 안고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이었다. 원본 사진에 있는 문 일병은 여느 평범한 10대 아들처럼 무심하게 다른 곳을 보고 있었지만, 복원 영상에선 아버지 품에서 한결 편안한 표정이었다. 아버지 문씨는 “포격전이 있기 한 달 전 휴가를 나왔을 때인데, 이게 마지막이 됐다”면서 “우리 아들 숨소리까지 아직도 기억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아들은 이제 못 올 데를 가버렸다”면서 “다른 해병대 장병들도 무사히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행사를 통해 북한이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며 안보 의식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국민들과 군인들한테 알렸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연평도 포격전 15주년 전승기념행사에서 공개된 고 서정우 하사(왼쪽)와 문광욱 일병의 모습. 사진 해병대

연평도 포격전의 또 다른 전사자인 서정우 하사는 AI 복원 영상 속에서 지난해 남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 날’이 없었다면, 당연히 함께 했을 자리였다. 서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씨는 이날 행사에서 “15년이 지났지만 어미의 심정은 항상 그대로"라며 "길에서 해병대 전투복을 보면 항상 아들이 휴가 나온 것처럼 마음이 아리다”며 울먹였다.

연평도 포격전은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 북한 기습적인 포격 도발에 해병대 연평부대가 반격한 전투를 말한다. 북한의 해안포 170여발에 군인 2명·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었고 10여 명이 부상 당했다. 6·25전쟁 이후 한국 영토를 직접 겨냥한 북한의 포 도발은 처음이었다. 이에 해병대는 K9 자주포 80여 발로 북측에 대응 사격을 실시, 아군보다 더 큰 사상자를 내고 적진을 무력화했다. 국방부는 우리 군의 대응을 강조하기 위해 2021년 공식 명칭을 ‘연평도 포격 도발’에서 ‘연평도 포격전’으로 바꿨다.
23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15회 연평도 포격전 전투영웅 추모 및 전승 기념식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전투 영웅들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행사에는 전사자들의 유가족과 친지, 참전 장병, 안규백 국방부 장관, 주일석 해병대사령관과 전·현직 군 관계자 등 280여명이 참석했다. 안 장관은 기념사를 통해 "역사가 말해주듯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강한 힘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적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완벽한 군사 대비 태세를 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치권에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과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이 참석했다. 여당 의원을 겸직하고 있는 안 장관이 장관 자격으로 참석한 것임을 고려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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