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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탈석탄" 선언했지만…COP30 합의문엔 '화석연료' 언급 빠졌다

중앙일보

2025.11.23 00:12 2025.11.2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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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COP30에서 각국 대표단들이 폐막을 앞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진통 끝에 화석연료 감축에 합의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한국이 “탈석탄”을 선언한 것과 달리, 국제사회의 화석연료 퇴출 움직임은 후퇴했다는 평가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COP30가 당초 예정된 일정보다 하루 늦어진 23일 오전 9시에 폐막했다. 전 세계 5만여 명이 모인 이번 회의에서 194개국은 앞으로 10년간의 기후 대응 방향을 담은 ‘무치랑(Mutirao) 결정문’을 포함한 이른바 ‘벨렝 정치 패키지’를 채택했다.

브라질 토착어로 ‘공동협력’을 의미하는 무치랑 결정문에는 과학·형평성·다자협력에 기반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2035년까지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재원을 현재의 3배 수준인 1200억 달러(176조 원)로 확대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화석연료 감축, 산유국 반대로 무산 “석유·석탄업계 승리”

태안석탄화력발전소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핵심 쟁점이었던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기 방안은 끝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개최국인 브라질은 80개국의 지지를 받아 화석연료 중단 로드맵을 추진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과 개발도상국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폐막 일정이 연기될 정도로 막판까지 진통을 겪다가 결국 합의문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을 빼기로 했다.

이를 두고 미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합의는 석유·가스·석탄 산업계의 승리로 평가되며, 10년 전 파리협정을 체결했을 때와 비교해 글로벌 정치 환경이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대외적인 악조건 아래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의 동력을 유지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도 “아쉽게도 지구 온난화 억제에 가장 중요한 쟁점인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를 명문화하지 못해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 “탈석탄” 선언에도…기후 리더십 실종

COP30에 참석한 한국 정부대표단은 온실가스 감축과 탈탄소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줄이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발표했고,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하면서 탈석탄을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파리협정 10주년을 맞아 열린 COP30에서는 기대와 달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오히려 COP30을 통해 국제사회의 기후 리더십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 파리협정 탈퇴를 앞둔 미국은 COP30에 최초로 정부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중국 역시 화석연료 감축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COP20 의장을 맡았던 마누엘 풀가르-비달 WWF(세계자연기금) 글로벌 기후·에너지 프로그램 총괄은 “장밋빛 약속은 넘쳤지만 정작 구체적 로드맵도, 실효성 있는 해결책도 제시되지 않아 매우 실망스럽다”며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인 화석연료를 공식 문서에 언급하지 못한 현실은 각국 정부가 과학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했다.



천권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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