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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베네수엘라 가능한 시나리오는…지상군 투입·지도부 정밀타격·외교협상

중앙일보

2025.11.23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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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카라카스 국립극장에서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한 TV드라마 시사회에 참석해 관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군사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다음 단계 작전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지상군 투입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현지 언론들은 향후 가능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지난 16일 미 해군이 세계 최대 규모의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카리브해에 배치하면서 모종의 작전이 임박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베네수엘라 군사기지와 마약 생산기지가 표적이 될 거라고 봤다. 또 공항이나 항구 등 기반시설을 타격함으로써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최근 미군의 마약 운반선 공습으로 베네수엘라 곳곳의 비밀 비행장에서 마약 운송이 늘었는데, 이곳도 타격할 수 있다. 마약 공급을 차단하면 베네수엘라의 부패한 군부와 정치인들의 돈줄을 틀어막을 수 있어서다.

미 육군 정예부대인 델타포스 투입 가능성이 거론된다. 델타포스는 지난 2019년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사살한 특수작전 부대로 주로 중동 지역에서 활동해왔다.

군사 개입에 앞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절차도 밟고 있다. 미 국무부는 24일부로 ‘카르텔 데로스솔레스’를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하고, 마두로 대통령을 수장으로 지목했다. 미군은 마약을 ‘화학 무기에’ 비유해 마약 카르텔에 맞서는 것을 ‘집단 자위권’ 행사로 주장하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다음 단계는 비밀작전…전단 살포도”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지난 1월 9일 카라카스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휘부만 정밀 타격한 후 야권과 연대하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22일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며칠 안에 베네수엘라 작전의 새로운 단계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복수의 미 당국자는 “새 작전의 첫 단계로 비밀 작전이 수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려는 시도도 포함된다고 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베네수엘라에 대한 비밀작전을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승인 이유에 대해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는 23일 마두로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전단지 살포 작전이 거론되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WP는 “베네수엘라를 직접 공격하지 않으면서도 마두로 대통령의 사임을 압박하고 반대세력을 부추기려는 의도”이라고 짚었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마차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개입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마차도는 미국의 마약 운반선 공습에 대해 “이것은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며 “마두로는 마약 테러 조직의 수장”이라고 옹호했다. 야당은 마두로 대통령이 퇴진하면 100시간 안에 안정적으로 권력을 이양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내부 정권 교체는 미국으로선 최선의 방안으로 꼽힌다. 유혈사태를 최소화하고, 국제 사회의 지지도 얻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이 축출될 경우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거나 또 다른 독재자가 등장할 거란 우려도 있다.



국내 정치 부담은 관건…협상 가능성도

22일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 활주로에 주차된 비행기. EPA=연합뉴스
외교적 해법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마두로 대통령과 대화할 수 있다”며 “그들은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최대한 압박한 뒤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방식이라는 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 문제와 함께 엡스타인 관련 스캔들이 불거지는 등 국내 정치 기반이 흔들리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군사 개입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는 데 성공해도 불법 이민, 마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오히려 중남미의 반미 세력을 결집하는 역효과도 예상된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군사적 긴장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지난 21일 베네수엘라 영공 비행하는 항공사에 주의보를 내렸다. FAA는 “베네수엘라와 주변 지역에서 안보 상황이 심각해지고 군사 활동이 증가했다”며 “모든 고도에서 항공기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2일 베네수엘라 출발 항공편은 잇따라 취소됐다.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주요 항공사들은 10월 이후 베네수엘라 영공 비행을 이미 중단한 상태다.



장윤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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