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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골의 영웅, 한 발의 비극’ 손흥민… LAFC의 시즌을 끝낸 아이러니

OSEN

2025.11.23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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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인환 기자] 마지막 순간까지 팀을 업고 끌고 갔지만, 결국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손흥민(33·LAFC)의 멀티골도 시즌의 끝을 되돌리진 못했다. 한 시즌 내내 MLS를 뒤흔든 슈퍼스타의 질주는 이렇게 멈춰 섰다.

LAFC는 22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BC 플레이스에서 열린 2025 MLS컵 서부 컨퍼런스 4강전에서 밴쿠버 화이트캡스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석패하며 플레이오프 탈락을 확정지었다. 손흥민이 터뜨린 값진 멀티골조차 운명을 거스르기엔 역부족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밴쿠버는 압박 강도 자체가 달랐다. LAFC는 빌드업을 출발시키기도 전에 끊기고, 전진 패스는 번번이 차단됐다. 손흥민과 부앙가에게 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며 공격이 묶였고, 전반 전체를 통틀어 ‘슈팅다운 슈팅’조차 손에 꼽힐 정도였다. 경기는 완전히 밴쿠버 쪽으로 기울었고, 결국 선제 실점이 나오자 LAFC는 한동안 얼어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후반, 언제나 그렇듯 손흥민이 다시 불을 붙였다. 후반 중반 문전 혼전 상황에서 세 차례 집요하게 공을 밀어붙이며 마침내 골망을 흔들었다. 말 그대로 ‘몸으로 만든 골’이었다. 살얼음판 같던 LAFC의 분위기는 그 한 방에 살아났고, 밴쿠버의 수비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진짜 드라마는 후반 추가시간에 펼쳐졌다. 프리킥이 선언되는 순간, 경기장 전체의 시선이 손흥민에게 묶였다. 한 발짝 옆으로 치우친 지점, 그의 전매특허 ‘짧고 빠른 궤적’이 떠오르는 위치였다. 그리고 그대로였다. 손흥민은 왼발로 감아 올린 공을 정확히 골문 구석으로 집어넣었다. 동점골, 그리고 연장전 진입. BC 플레이스가 잠시 조용해졌고, LAFC 벤치는 폭발했다. 이날 팀을 견인한 건 누가 봐도 손흥민 한 명이었다.

하지만 축구는 잔인했다.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선 순간, 손흥민의 다리는 한계를 드러냈다. 연장 후반부터 잡기 시작한 근육 경련이 다시 올라왔고, 발목 스냅이 제대로 실리지 않았다. 볼은 골문을 벗어났다. 팀의 구세주가, 결국 가장 뼈아픈 실축의 주인공이 되는 아이러니한 장면이었다. 이후 LAFC는 흐름을 되찾지 못했고, 시즌은 그대로 종료됐다.

경기 후 손흥민은 동료들을 탓하지 않았다. 그는 “모두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 팀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선수단을 감쌌다. 이어 자신의 실축에 대해 “연장전 후반에 이미 경련이 왔다. 승부차기 순간 다시 경련이 올라오면서 동작이 흐트러졌다. 그렇지만 결과는 결국 나의 책임”이라며 담담히 고개를 숙였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손흥민을 두고 “아시아 축구의 상징을 넘어 세계적 브랜드”라고 표현하며 LAFC에 미친 영향도 짚었다.

이 매체는 “LAFC는 손흥민을 통해 새로운 팬층, 새로운 시장, 새로운 수익 구조를 얻었다. 그가 MLS에 가져온 상업적 영향력은 리그 역사에서도 손꼽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손흥민 효과로 LAFC 홈경기에는 한국 관광객·아시아 팬이 폭증했고, 현지 여행사는 아예 ‘LAFC 경기 관람 패키지’를 따로 만들어 판매했다.

손흥민은 시즌을 마무리하며 “많은 분들이 환대해줬고 새로운 팀에서 즐겁게 적응했다. 하지만 팀을 더 멀리 데려가지 못한 건 분명 아쉽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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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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