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23·삼성생명이 올 시즌 10번째 우승을 달성하며 절대강자의 위용을 거듭 뽐냈다.
안세영은 23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호주오픈(수퍼500) 여자단식 결승에서 인도네시아의 푸트리 쿠수마 와르다니(랭킹 7위)를 상대로 44분 만에 2-0(21-16 21-14) 완승을 거두고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14번의 국제대회에서 10번째 우승을 달성하며 지난 2023년 자신이 세운 BWF 단일 시즌 여자단식 최다 우승 기록(9회)을 스스로 갈아 치웠다. 32강전부터 결승전까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모두 무실세트 승리(2-0)로 마무리하는 등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에 호주오픈의 주인공 자리를 되찾았다.
1게임에서 안세영은 초반부에 과감한 공격으로 4연속 득점하며 먼저 치고나갔다. 하지만 이후 와르다니가 코트 구석구석을 공략하는 지능적 플레이로 반격하며 10-9로 스코어를 뒤집었다. 박빙의 흐름을 유지하던 승부는 막판 집중력 차이에서 결과가 갈렸다. 16-16 동점에서 안세영이 5연속 득점하며 게임을 가져갔다.
이어진 2게임 양상도 비슷했다. 와르다니가 10-9로 앞선 채로 반환점을 돌았지만, 이후 안세영이 역전에 성공한 뒤 차분히 리드를 지킨 끝에 7점 차로 여유 있게 승부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두 팔을 크게 휘두르며 포효한 안세영은 열 손가락을 펴 보이며 활짝 웃었다.
안세영은 ‘셔틀콕 여제’라는 별명다운 압도적 경기력으로 올 시즌 코트를 지배했다. 가장 높은 등급인 수퍼1000 대회에서 3차례(말레이시아오픈·전영오픈·인도네시아오픈) 우승했고 다음 등급인 수퍼750 대회를 5차례(인도오픈·일본오픈·중국오픈·덴마크오픈·프랑스오픈) 제패했다. 수퍼500 등급인 이번 대회와 함께 수퍼300 대회(오를레앙 마스터스)도 한 차례 우승했다.
배드민턴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운 안세영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에 도전한다. 다음 달 중국 항저우에서 열릴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마저 제패하면 지난 2019년 남자단식의 모모타 겐토(일본)가 세운 BWF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11회)과 동률을 이룬다. 월드투어 파이널스는 올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남녀 단·복식과 혼합복식 등 5개 종목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낸 8명(팀)만 출전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다.
안세영은 지난 2021년 월드투어 파이널스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이후 3년(2022~24) 연속 결승행에 실패했다. 부상 후유증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이전과 달리 올해는 최상의 몸 상태로 나설 수 있게 돼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안세영보다 먼저 시즌 10승을 달성한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 김원호(26)-서승재(28·이상 삼성생명) 조도 11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