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지난주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영화 속 만수(이병헌)는 아내(손예진), 두 아이, 반려견과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는다. “미안합니다. 어쩔수가없습니다.” 가족을 위해 석 달 안에 반드시 취업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집까지 날아갈 위기에 빠진다. 더 막막해진다.
박 감독은 ‘어쩔수가없다’를 한 단어처럼 사용했다. 그는 “누구나 살면서 ‘어쩔 수가 없다’는 말을 부지불식간에 자주 하는데, 그 말을 한 단어처럼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쩔수가없다’처럼 붙여 놓으니 시각적으로도 막막하고 갑갑한 느낌이 전해지는 듯하다. 규범에 익숙한 사람들은 띄어 쓰지 않아서 답답하겠지만.
규범을 적용한다면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는 한글맞춤법 규정을 따르면 된다. 각 단어를 띄어 쓰면 해결되는데, 말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다. 띄어쓰기는 맞춤법 규정 가운데 해결하기가 가장 어렵다. ‘어쩔수가없다’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 문장에는 단어가 네 개다.
첫 번째는 동사 ‘어찌하다’의 준말 ‘어쩌다’다. ‘어쩌다’가 관형형 ‘어쩔’ 형태를 취했다. 관형형은 뒤에 오는 명사나 대명사 등을 꾸미는데, ‘읽은’ ‘잡을’ ‘먹는’ 같은 형태의 것들이다. 두 번째는 의존명사 ‘수’, 세 번째는 조사 ‘가’, 네 번째는 형용사 ‘없다’. 조사 ‘가’는 단어지만 어휘적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어서 붙여 쓰는 걸 원칙으로 했다. 그래서 맞춤에 따른 띄어쓰기는 ‘어쩔 수가 없다’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