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친구지만…“신인왕은 양보 못해”

중앙일보

2025.11.23 07:01 2025.11.23 09:5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유신고 내야수 신재인(오른쪽)과 외야수 오재원. 둘은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NC와 한화의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강정현 기자
지난 9월 열린 2026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같은 학교의 야수 두 명이 1라운드에서 연달아 호명된 것이다. 2순위로 NC 다이노스의 지명을 받은 유신고 3루수 신재인(18)과 3순위로 한화 이글스의 부름을 받은 중견수 오재원(18)이 그 주인공들이다.

같은 학교 선수가 1라운드에서 동반 지명되는 경우도 드물지만, 투수가 아닌 야수들이 함께 호명된 건 역대 전면 드래프트(1·2차 지명 없는 드래프트)를 통틀어 최초 사례다. 최근 유신고 교정에서 만난 신재인과 오재원은 “1라운드 지명을 기대한 건 맞지만 이렇게 빠른 순번으로 함께 이름이 불릴지는 몰랐다”면서 “고등학교에서 3년간 동고동락하며 이 순간을 꿈꿨다. 올겨울 착실히 준비해 프로에서도 빨리 1군에서 활약하고 싶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두 선수 모두 일찌감치 KBO리그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 잡은 기대주들이다. 신재인은 타격이 뛰어나다. 안타를 생산하는 기술이 좋아 심심치 않게 한 경기에서 2~3안타를 때려내곤 한다. 아직 정식 입단 전이지만, NC 유니폼을 미리 입고 출전한 울산 KBO Fall League(2군 포스트시즌)에서 연일 맹타를 휘둘러 NC를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오재원은 투지 넘치는 플레이 스타일이 돋보인다. 넓은 수비 범위로 외야를 지키고, 센스 있는 주루로 상대 수비진을 괴롭힌다. 올해 신재인은 30경기에서 타율 0.320 4홈런 31타점 28득점 14도루로 맹활약했다. 오재원 역시 30경기 타율 0.438 1홈런 14타점 38득점 32도루라는 빼어난 성적을 냈다.

둘은 같은 경기도권 유망주로 어려서부터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며 성장했다. 오재원은 “(신)재인이는 야구를 잘한다고 일찌감치 널리 알려진 선수였다. 이따금씩 스마트폰으로 재인이의 기록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다”며 웃었다. 신재인은 “아마 내가 (오)재원이의 이름을 먼저 알았을 것 같다. 그만큼 유명했다”면서 “재원이를 처음 본 순간이 여전히 생생하다. 다음 경기를 위해 대기 중이었는데, 재원이가 첫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내는 모습을 봤다. 동료들과 ‘쟤가 그 오재원이래’라고 수군거린 기억이 난다”고 친구를 치켜세웠다.

신재인과 오재원은 예비 신인임에도 올가을 NC와 한화의 일본 마무리 캠프를 소화했다. 둘의 빠른 적응과 활약을 바라는 소속팀의 기대치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신재인은 “TV로만 보던 선배들을 실제로 뵙고 훈련까지 함께 하니 느낌이 특별했다”고 했다. 한화 선배 문현빈(21)처럼 짙은 숯검정 눈썹이 눈길을 끄는 오재원은 “문현빈 선배님은 가끔 유신고에서 훈련하실 때 뵌 적이 있는데, 프로에서 한솥밥을 먹게 돼 설레고 기대된다”면서 “얼마 전 대전 새 구장을 처음 가봤다. 최신식 시설을 둘러보며 ‘여기에서 꼭 뛰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고 했다.

서로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두 선수의 눈빛은 신인왕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확 바뀌었다. 신재인과 오재원은 한 목소리로 “올해까지는 유신고 동료지만, 내년부터는 경쟁자”라면서 “1군 무대에서 양보 없는 승부를 펼치고 싶다. 신인왕도 쉽게 내주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봉준([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