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지원한 딥페이크 피해자는 1300명이 넘는다. 이들 대부분은 여성, 그중 절반은 10대 청소년이었다. 오늘날 폭력의 양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게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악용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새로운 성폭력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영상의 생성, 복제, 확산이 쉬워질수록 피해자들의 두려움과 상처의 깊이는 깊어진다. AI 기술은 우리 삶에 긍정적인 변화도 주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발생한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폭력 문제도 여전하다. 한국여성의전화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은 최소 181명, 미수에 그쳐 가까스로 살아남은 피해자는 374명이다. 이런 유형의 범죄는 개인적 요인이 아니라 여성을 통제 대상으로 보는 왜곡된 시선과 불균형한 권력 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세계 각국은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빠르게 개혁하고 있다. 미국은 딥페이크 등 성적 영상 유포를 엄격히 처벌하고 삭제를 의무화하는 법을 마련했다. 영국 역시 가정 내 위협과 억압을 범죄로 규정하고 신속한 피해자 보호조치를 도입해 피해자의 권리를 우선한 신속한 대응이라고 평가받는다.
우리 정부도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여성 폭력에 빠르게 대응하고 강력한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적 책무라는 인식 아래, 폭력 대응을 국가의 안전 정책으로 수행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는 AI로 딥페이크를 탐지, 삭제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 대응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경찰청,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 여러 기관과 협력해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위한 원스톱 지원 체계도 만들었다. 전국 어디서나 피해 상담이 가능하도록 전화번호를 ‘1366’으로 통합했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인력도 늘려 피해 촬영물 삭제와 심리 치유, 회복 지원을 더 강화하고 있다.
또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최근 아동청소년 그루밍 처벌 대상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까지 확대했다. 성범죄자 취업 제한 기관을 대안교육기관, 청소년단체까지 확대하고, 성범죄자 취업 점검 불응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였다.
오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는 여성폭력 추방 주간이다.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약속의 시간, 사회 곳곳에서 여성폭력의 현실과 문제를 되돌아보고,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누구나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책임. 우리 모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