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생각하는 신’ 프로메테우스와 ‘나중에 생각하는 신’ 에피메테우스 형제는 지상에 내려와 동물과 인간을 창조했다. 개념 없는 아우 신이 동물들에게 갖가지 능력을 줘버린 뒤, 형 신은 인간에게 줄 남은 능력이 없어 고민하다 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만들고 신의 전유물인 불을 전해준다. 분노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세상 끝의 절벽에 쇠사슬로 묶고 매일 독수리를 보내 간을 쪼아먹는 영원한 형벌을 내렸다.
그 세상의 끝이란 캅카스산맥 중 조지아 땅인 카즈벡산이다. 해발 5047m의 험준한 만년설 봉우리가 병풍같이 펼쳐져 신화시대에는 이 산 너머로 타르타로스라는 지옥이 있다고 믿었다. 조지아인들은 태초부터 전래한 그들의 아미란 신화가 변용되어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된 것이며 그 무대인 카즈벡산을 민족의 성산으로 믿는다.
이 산을 배경으로 2170m의 중간 봉우리에 게르게티 삼위일체 교회가 홀로 우뚝 서 있다. 14세기에 건설된 200㎡ 남짓의 작은 교회로, 원뿔형 돔을 가진 그리스십자형 본당과 또 하나의 원뿔 돔 종탑이 전부다. 이 산의 거친 돌을 잘라 벽을 쌓았고 문과 창 언저리만 살짝 조각한 매우 소박한 교회다. 좁고 위아래로 긴 톨로베이트 창으로 스며든 빛이 어두운 내부의 성스러운 벽화, 이콘들을 신비롭게 비춘다.
이 교회는 전란 중에 최고 국보인 ‘니노의 십자가’를 보관할 정도로 국가적 피난처였다. 정교회의 나라 조지아는 큰 교회와 수도원들이 곳곳에 있지만 게르게티 교회가 가장 상징적인 곳이다. 붉은 화산암의 종탑과 회색 응회암의 본당은 그 강렬한 윤곽과 색채가 ‘얼음산’ 카즈벡의 흰색 절벽과 대비를 이룬다. 헤라클레스가 프로메테우스를 풀어 준 이후, 게르게티 교회는 이 산의 지킴이가 되었다. 대자연이 그린 풍경의 밑그림에 건축은 의미와 역사를 부여해 인문학적 풍경으로 확대한다. 게르게티 교회는 비록 작고 소박하나 그 역할은 카즈벡산만큼 거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