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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창원 ‘빅트리’

중앙일보

2025.11.2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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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욱 부산총국장
뉴질랜드 오클랜드에는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곳이 있다. 콘월 파크다. 이곳 언덕 정상 부분을 원 트리 힐(One Tree Hill)이라고 부르는데 실제 가보면 나무 대신 큰 기념탑이 보인다.

사연은 이렇다. 이곳은 원래 원주민이었던 마오리족이 신성시하던 곳인데 큰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하지만 1800년대 유럽 이주자들이 정착하면서 그 나무가 베어졌다. 이후 양측의 갈등이 이어졌으나 화합 상징으로 1940년 지금의 오벨리스크가 세워졌다. 이 일대를 소유하고 있던 존 로건 캠벨(John Logan Campbell) 경이 1901년 이 땅을 오클랜드 시민을 위해 기부하면서 “마오리인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워달라”고 유언해서 이뤄진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콘월 파크에 세워 둔 렌터카가 도둑을 맞아 잊을 수 없는 곳이었는데 흉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경남 창원시의 ‘빅트리’ 를 보면서 다시 떠오른 곳이기도 하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대상공원 빅트리 모습. [사진 창원시]
빅트리는 창원 성산구에 있는 대상공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나무 모양 전망대다. 높이 40m로 15층짜리 아파트와 비슷하다. 해당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대상공원 105만여㎡ 중 87.3%를 공원으로 조성해 창원시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부지에 약 180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건립하는 내용이다. 싱가포르의 명소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에 있는 ‘초대형 나무’와 비슷할 거라 여겨 지역의 랜드마크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완공을 앞두고 각종 혹평이 쏟아졌다. 웅장한 조감도와 달리 사업 과정에 디자인이 일부 변경되면서 다소 기이한 형태로 완성돼 ‘탈모 트리’ ‘원전 발전소’ ‘굴뚝 위 접시’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창원시가 지난 8월 시민 18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85%가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사실 건축물이 건립 초기 흉물로 여겨지며 곤혹을 겪는 경우는 자주 있다. 파리의 에펠탑이 대표적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그러나 에펠탑은 근대 기술의 상징으로, 가우디 건축물은 건축을 넘어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재평가를 받으면서 지금은 세계적인 건축물로 여겨진다.

창원시는 344억원을 들인 빅트리에 대해 24일까지 시민 의견을 다시 수렴해 리모델링을 한다고 한다. 현재로써는 빅트리가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귀한 자산이 될지, 아니면 도시 이미지를 먹칠하는 애물단지로 남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그러나 도시의 역사적 배경이나 정체성, 공간특성, 예술성 등을 배제한 채 지어진 건축물은 결국에는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창원시가 빅트리의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그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위성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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