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의 인구는 1억2400만 명이다. 그중에서 827만 세대가 창가(創價)학회 회원이다. ‘법화경(法華經)’을 중심에 둔 니치렌(日蓮, 1222∼1282) 선사의 가르침을 따르는 재가자 중심의 현대적 불교 단체다. 6일 일본 도쿄의 창가학회 총본부에서 SGI(국제창가학회) 다니가와요시키(68, 谷川佳樹) 이사장을 만났다. 그에게 창가학회가 지향하는 ‘가치 창조’에 대해 물었다.
Q : 창가학회 설립자인 마키구치쓰네사부로(牧口常三郞, 1871~1944) 초대 회장은 일본 군국주의에 저항하다가 옥사했다. 도다 조세이(戶田城聖, 1900~58) 2대 회장도 신사의 신찰(신사에서 발행한 부적)을 모시라는 일본 군부의 강요를 거부하다가 2년간 옥고를 치렀다. 창가학회는 무엇을 지키고자 한 것인가.
A : “마키구치 선생은 교육자였다. 당시 일본의 교육은 군국주의화가 목표였다. 그걸 위해서 학교에서 국가를 지키는 군인을 양성하는 게 목적이었다. 나라를 위해서 죽는 게 최고의 가치라고 가르쳤다. 마키구치 선생은 여기에 강하게 반기를 들었다.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의 행복’에 있다고 주장했다.”
Q :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는 목숨을 건 저항이었다. 왜 ‘아이들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했나.
A : “마키구치 선생은 개인의 행복이 사회의 번영과 일치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의 번창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면, 그건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본질적으로 반(反) 군국주의였다.”
Q : 그러한 교육 철학의 바탕은 무엇인가.
A : “니치렌 대성인의 불법(佛法)이었다. 모든 사람 안에 부처가 있다고 했다. 우주와 생명을 관통하는 근원의 법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남묘호렌게쿄’를 부른다. 사람은 누가 자기 이름을 부르면 돌아보지 않나.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남묘호렌게쿄’를 부르면서 우리 안의 불성을 부르고, 또 깨운다.”
‘나무묘법연화경(南無妙法蓮華經)’은 ‘법화경의 가르침에 귀의한다’는 뜻이다. 그걸 일본어로 발음하면 “남묘호렌게쿄”가 된다.
Q : 그렇게 내 안의 부처를 부르고, 또 깨우면 어찌 되나.
A : “사람 안에 있는 부처의 경지가 각자의 삶 속에 드러나게 된다. 다시 말해 지혜와 자비, 그리고 용기가 생긴다. 그럼 현실적 과제와 고뇌로부터 도망치지 않게 된다. 그걸 통해 삶의 번뇌를 극복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게 3대 회장인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1928∼2023) 선생님께서 강조한 ‘인간혁명’이다.”
Q : 인간혁명, 무엇이 필요한가.
A : “야구 선수도 연습을 한다. 공 없이 배트를 휘두른다. 계속 반복해서 휘두른다. 그런 연습이 없으면 어찌 될까. 실제 공이 날아올 때 공을 칠 수가 없다. 그런데 반복해서, 또 반복해서 휘두르면 어떻겠나. 공을 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ㆍ저녁으로 ‘남묘호렌게쿄’를 부른다. 우리 안의 부처의 생명을 정착시키는 일이다.”
다니가와 이사장은 도쿄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미쓰비시 상사에 취직했다. 당시 일본에서 가장 잘 나가던 기업이었다. 연봉도 높았다. 그런데 입사 2년 차에 미쓰비시 상사를 퇴사하고 창가학회 본부의 직원으로 들어갔다. 월급으로 당시 부모의 생계까지 책임지고 있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Q : 왜 그런 결정을 했나.
A : “생각해 봤다. 죽기 직전에 나의 인생을 돌아보면 어떨까. 나는 큰 후회나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회사 일도 재미있었다. 세계를 무대로 뛰는 일이니까. 기본적으로 치열한 경쟁 사회였다. 만약에 성공해서 미쓰비시 상사의 사장이 된다고 해도 인생에서 큰 아쉬움이 남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이케다 선생님의 가르침과 함께, 보다 근원적인 삶의 가치를 찾고 싶었다.”
창가학회는 1930년에 창립됐다. 세계 평화와 문화ㆍ교육 운동을 위한 SGI(국제창가학회)는 1975년에 설립됐다. 올해 50주년을 맞는다. 현재 192개국에 약 1200만 명의 SGI 회원이 있다.
Q : SGI는 청년 세대를 중시한다. 한국 사회에도 청년 문제가 있다. 풀기가 쉽지 않다. 조언을 한다면.
A : “청년 세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 마음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 세대로부터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듣다 보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되고, 그럼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알게 된다.”
Q : SGI는 현대적인 불교 단체다. 승려 없이 재가자로만 교단을 꾸린다. 종교의 현대화, 왜 필요한가.
A : “종교에는 바꾸어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종교의 본질은 결코 바뀌어선 안 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가 조직화하면 반드시 타락하게 돼 있다. 그래서 계속 바꾸어 가야 한다. 다시 말해 바뀌지 않기 위해서 바꾸는 거다. 종교의 본질을 바꾸지 않기 위해 종교를 바꾸어 나가는 거다.”
◇다니가와요시키=1957년 도쿄 출생. 도쿄대 졸업 후 미쓰비시 상사에서 근무. 1982년부터 창가학회 직원으로 재직. 대학부장, 남자부장, 청년부장, 총도쿄장 등 역임. 2024년 11월 SGI 이사장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