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덕도 신공항’의 부지 조성 공사 기간(공기)을 84개월(7년)에서 106개월(8년10개월)로 연장해 연내 재입찰하겠다고 밝혔다. 시공사 입찰이 네 차례 유찰된 뒤 지난해 10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현대건설이 안전 시공을 위한 공기 연장(84→108개월)을 요청하자 결국 시공사 지정이 철회됐다.
신공항의 안전성 확보와 사업 정상화를 위해 공기를 늘렸지만 본질적인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가덕도 신공항은 바다 위에 조성하는 인공섬으로 바다를 메워야 한다. 가덕도 인근에는 50m 두께의 연약 지반이 깔려 있어 지반이 비대칭으로 가라앉는 ‘부동침하’ 가능성도 있다. 태풍이 몰아쳐 최대 12m에 이르는 큰 파도가 일어 침수될 위험도 있다. 게다가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에서 3㎞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조류 충돌 위험도 크다. 고난도 공사인 데다 공기 연장에 따른 증액은 이뤄지지 않아 사업이 공전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그런 탓에 이번 공기 연장이 지역민들에게는 또 다른 ‘희망 고문’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예산 낭비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84개월의 공기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연구용역비로만 153억원을 썼다.
가덕도 신공항은 전형적인 ‘선거용 개발 사업’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검토를 지시한 뒤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우려로 2016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을 냈다. 하지만 2020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권이 가덕도 신공항을 전격 추진하고 지역 민심을 의식한 야당도 이에 동조했다.
추진 과정은 졸속 그 자체였다. 사전타당성 조사와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비 추산, 기본·실시 설계 등을 모조리 건너뛰었다. 국토부가 안전성과 경제성 등 ‘7대 불가론’을 내세우며 반대했지만 특별법은 발의 3개월 만에 통과됐다.
‘고무줄 공기’는 가덕도 신공항이 정치 논리의 한가운데에 있었음을 방증한다. 당초 2035년을 목표로 했던 개항을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2029년 12월로 5년이나 앞당겼다가 다시 7년으로, 이번에는 9년여로 늘리는 등 ‘땜질 대응’ 중이다.
공항 건설은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건설사조차 부담을 느끼는 사업이라면 적어도 안전성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 때문에 안전성을 무시하고 정치 논리에 휘말려 대규모 국책사업을 엉터리로 진행한다면 막대한 예산을 허투루 쓰는 결과가 될 뿐만 아니라 심각한 안전사고까지 불러올 수 있다. 공기에 집착하는 대신 사업 타당성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