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올해 한화 이글스 최고의 투수 코디 폰세는 압도적인 성적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위에서 많은 명장면을 연출했다. 지난 5월 17일 대전 SSG전도 하나였다.
이날 폰세는 8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18탈삼진 무실점 괴력의 피칭을 펼쳤다. 이날 8회 2사까지 상대 타선을 노히터로 완벽하게 제압했고 역대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을 수립했다. 1991년 선동열이 13이닝 동안 18개의 탈삼진을 뽑아낸 바 있다. 하지만 9이닝 정규이닝 기준으로는 신기록이다. 2010년 류현진이 청주 LG전에서 17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바 있다. 9이닝 정규이닝 기준 신기록을 15년 만에 폰세가 깨뜨린 것.
8회 첫 타자였던 라이언 백브룸을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낸 뒤 17개 타이 기록을 세웠다. 그러면서 폰세는 감격에 겨워 양손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당시 폰세는 “2017년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올라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오늘 어머니가 내 곁을 함께한 느낌이었다. 어머니가 관중석에서 직접 지켜봤다면 좋았을 것이다”라며 “마음 속으로 어머니가 보고 있다고 느껴졌다”고 이유를 전하기도 했다. 폰세의 어머니 제니퍼 씨는 지난 2017년 초, 뇌암 4기 판정을 받았고 해를 넘기지 못하고 12월 세상을 떠났다. 폰세는 또한 어머니를 떠올리며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TV중계가 없어서 어머니가 ‘TV에 나올 정도로 잘해야 내가 집에서 TV로 편하게 볼 수 있지 않겠냐’고 농담을 자주 하셨다. 지금 TV에 나왔으니 어머니도 보고 계실 것이다”고 눈시울을 붉히기까지 했다.
그만큼 폰세는 어머니를 향한 감정이 애틋하다. 어머니를 여의였을 때 폰세의 나이는 23세. 마이너리그에서 고생을 하고 있을 때였다. 폰세의 메이저리그 데뷔를 보지 못했다. 대신 폰세는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어머니를 기리는 스파이크를 신기도 했다.
폰세는 2020년 8월 3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 연장 11회말 무사 2루 승부치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끝내기 안타를 얻어 맞고 패전 투수가 됐다. 이때 폰세가 신은 스파이크 왼발에는 어머니의 이름 제니퍼가, 그리고 각 발 뒷꿈치에는 뇌암 인식 제고를 위한 회색 리본이 그려져 있었다. 당시 폰세는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이 스파이크는 제게 큰 의미가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신발을 신는 유일한 날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 신발은 평생 간직할 것이다”고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어머니를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폰세였고, 이제 어머니의 모국을 위해 던질 수 있게 됐다. KBO리그에서의 압도적인 활약을 지켜본 멕시코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으로 폰세를 차출한 것. 폰세의 어머니가 멕시코계로 알려져 있다.
WBC 관련 소식을 전하는 션 스프래들링은 23일(한국시간) 자신의 SNS에 ‘멕시코 WBC 대표팀이 폰세를 차출했다. 폰세는 KBO리그 투수들 가운데 역대 최고 시즌을 보냈다. 의문이 남아있는 멕시코 선발 로테이션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OSEN DB
폰세는 지난 2019년 프리미어12 대회에서는 미국 대표팀으로 나서기도 했다. 당시 한국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3⅓이닝 5피안타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와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이제 한화가 품기에는 힘든 선수가 됐고 메이저리그가 폰세를 부르고 있다.
멕시코는 재런 듀란, 알렉스 버두고(이상 보스턴 레드삭스), 랜디 아로자레나(시애틀 매리너스) 등 타선은 무게감이 있고 불펜진도 로베르토 오수나(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안드레스 무뇨스(시애틀 매리너스) 등이 버티고 있지만 선발진에는 믿고 맡길 만한 선수가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폰세가 멕시코 선발진에 구세주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