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한국 쇼트트랙이 순식간에 금메달 두 개를 추가했다. '여자 쇼트트랙 간판스타' 김길리(21, 삼성생명)가 역전극을 완성하며 2관왕에 올랐다. 에이스 최민정(27, 삼성생명)도 개인 종목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길리는 23일(한국시간)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린 2025-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3차 대회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30초610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함께 결승전에 나선 최민정도 2분30초656의 기록으로 김길리 다음으로 결승선을 통과, 은메달을 획득했다. 3위는 캐나다의 코트니 사라울트가 됐다.
나란히 레이스를 마친 김길리와 최민정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었다. ISU 해설진도 "한국의 하얀 호랑이들(코리안 화이트 타이거즈)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가져갔다"라며 "또 하나의 큰 우승"이라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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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하게 만들어낸 역전 레이스였다. 13바퀴 반을 도는 1500m 레이스에서 김길리와 최민정은 초반에 치고 나갔지만, 이후 페이스 조절에 나섰다. 사라울트와 엘리사 콘포르톨라(이탈리아)가 앞으로 나와 치열한 선두 싸움을 펼쳤다.
하지만 막판에 순위가 바뀌었다. 콘포르톨라와 사라울트가 힘이 떨어지면서 뒤로 처지기 시작했다. 김길리와 최민정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둘은 마지막 바퀴를 앞두고 마지막 스퍼트를 내면서 단숨에 1, 2위로 올라섰고, 그대로 결승선에 발을 들이밀었다.
이로써 김길리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월드투어 1차 대회 1500m 은메달에 이어 같은 종목 금메달을 수확했다. 최민정도 2차 대회 1500m 금메달에 이어 두 번째 메달을 목에 걸었다.
둘은 여자 1500m 결승을 앞두고도 금메달을 합작해냈다. 김길리와 최민정은 이정민(성남시청), 임종언(노원고)과 함께 출전한 혼성 2000m 계주 결승에서 2분14초155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임종언이 격차를 좁히고, 김길리가 추월한 뒤 최민정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치고 나갔다. 그 덕분에 네덜란드와 캐나다를 제치고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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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종전 경기에서 단 1개의 메달도 따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틀어 모두 입상에 실패하며 노메달을 면치 못한 것.
남자 1500m에서 임종언과 황대헌(강원도청), 신동민(고려대)이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임종언은 준결승 7위에 그쳤고, 황대헌은 또 한 번 준결승에서 진로 방해로 실격 처리됐다. 최민정도 여자 1000m 결승에서 6위에 머물렀고, 여자 3000m 계주 팀은 준결승에서 이탈리아와 충돌로 실격됐다.
하지만 역시 전통의 '효자종목'답게 한국 쇼트트랙은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최민정과 김길리를 중심으로 금메달 두 개를 획득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여기에 황대헌도 남자 1000m 결승에 올랐다. 그는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 등과 경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