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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 번진 중·일 갈등, 물건너간 3국 정상회의

중앙일보

2025.11.23 08:31 2025.11.2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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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일본 개입’ 발언 이후 중국과 일본의 외교전이 국제 무대로 번졌다.

지난 22~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리창(李强) 중국 총리와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회담한 직후 중국 외교부는 “남아공이 대만 문제에 관해 중국 입장을 지지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그러면서 라마포사 대통령이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며 “서로(중국과 남아공)의 핵심적 이익을 지지한다”고 했다는 내용도 함께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핵심적 이익’에 대해 “영토나 주권 등 중국이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중요한 문제로, 대만 문제가 그 대표”라며 “중국은 다른 나라들에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하도록 촉구하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을 고립시키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원래 일본은 G20 정상회의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리창 총리의 만남을 성사시켜 격화된 양국 관계를 누그러뜨린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만남을 거부하면서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의장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만나 두 팔을 벌려 환대하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도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서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리창 총리와는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리창 총리 역시 다른 나라 정상들과 가볍게 대화를 나누면서도 다카이치 총리를 외면했다. TV아사히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다음 날 이후의 일정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회의 종료 후 열린 만찬 역시 불참했다.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왕이 외교부장도 23일 “중국은 일본 우익 세력이 역사를 거스르고, 외부 세력이 중국 대만 지역에 손을 대거나, 일본 군국주의가 다시 불타오르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고, 건드려선 안 될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 3국이 대만 독립 반대와 중국의 통일 실현을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도 했다.

푸충(傅聪)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2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일본 지도자가 공식 석상에선 전후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와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를 연결지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했다”는 서한을 보냈다. 중국 관영방송 CGTN의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은 만화 일러스트로 다카이치 총리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모습을 묘사했다. 상자에서 나온 연기에는 ‘군국주의’와 ‘전쟁’ ‘혼란’이 영어로 적혀 있다.

반면에 ‘대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해 “대만해협의 긴장에 수반되는 위험에 경종을 울렸으며 지극히 정당하다”는 성명을 지난 20일 냈다. IPAC는 전 세계 40여 개국 의원들로 구성된 반중 성향의 연합 모임이다.

중·일 간 외교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마카오에서 개최할 계획이었던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는 일단 연기됐다. 또 일본이 내년 1월 자국에서 개최하려던 한·중·일 정상회의 역시 중국 측의 거부로 개최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일본은 내년 2월 이후로 시기를 늦춰 개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중국의 춘절 연휴가 있어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원석.신경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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