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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층짜리 '궁품아' 생길 수도?…수원 화성도 제2 종묘갈등 우려 [종묘 앞 개발 갈림길]

중앙일보

2025.11.23 12:00 2025.11.2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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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 화성도 고층 개발 논란에 휩싸여 있다. 2023년 수원 화성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하 역보지역) 규제가 완화돼 반경 200~500m 내 도시개발사업이 가능해지면서다. 이렇게 되면 화성 행궁을 조망할 수 있는 이른바 ‘궁품아’(궁을 품은 아파트) 단지가 20~30층 높이로 들어설 수 있다.

역보지역이란 문화유산과 바깥 사이에서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일종의 완충구역이다. 애초 수원 화성은 성곽 외곽 500m 역보지역 전체를 16개 구역으로 나누고 구역별로 최저 8m~최고 51m까지 건축물 높이를 제한했다. 이를 두고 ‘재산권 침해’라는 민원이 잇따르자 수원시와 국가유산청은 2023년 성곽 외곽으로부터 200~500m 구역에 대해선 규제 권한을 수원시 도시계획으로 넘겨 사실상 높이 제한을 없애버렸다. 200m 안쪽 구간에서도 1개 층 정도 더 높일 수 있게 허용했다.

문제는 1997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성곽 경계로부터 ‘500m 완충구역’을 설정·관리하겠다고 유네스코에 약속했다는 점이다. 유네스코는 홈페이지에도 “500m 완충구역은 경기도 조례에 명시된 역보지역 범위와도 같다”고 써놨다. 완충구역이 공식적으로 관리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문구다. 이 때문에 지역 문화재 단체와 전문가들은 “수원 화성의 세계유산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네스코 측이 세계유산 영향평가(HIA)를 요구할 경우 제2 종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HIA 권위자로 수차례 HIA를 수행한 김충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HIA는 개발을 막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세계유산을 보존하면서 도시가 발전하도록 돕는 절차”라며 “각 지자체가 자체 경관축을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고층 개발이 불가피할 땐 유네스코와 HIA 절차를 거치는 것이 세계유산 지위를 유지하고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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