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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심 50%→70% 경선룰 바꾸는 국힘…"강성만 보는 與 닮아가" [與野 중도 포기 역주행]

중앙일보

2025.11.23 12:00 2025.11.2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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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후 경남 창원 성산구 한서빌딩 앞 광장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국민의힘이 ‘당심(黨心) 반영 확대’를 내년 6·3 지방선거 승리 해법으로 내놨다. 지방선거 후보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50%에서 70%로 늘리고, 여론조사는 30%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바뀐 경선룰은 최고위원회와 상임전국위,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중도층 이탈이 고질적 문제로 자리잡은 상황이지만 해법은 정반대 방향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2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전국을 도는 장외 여론전에 다시 나섰다. 장 대표는 23일 경남 창원에서 장외 규탄 대회를 열고 “국민 자유를 잡아먹는 괴물 정권을 끝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반시장·반인권·반법치를 일삼는 이재명에게 국민이 레드카드를 들어 퇴장을 명할 때가 됐다”며 “왜 우리가 움츠러들어야 하나. 벌 받고 사죄해야 할 사람은 이재명”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를 위시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통적 지지층 결집이 당 지지율 반등의 선결 조건이라고 믿고 있다. 영남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12·3 계엄 사태 직후 급락했던 당 지지율이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지지층 결집을 기점으로 1월 일시 반등했던 경험이 ‘결집해야 산다’는 지도부 믿음에 힘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 입장에선 당심 반영 확대 경선룰 도입과 맞물린 장외 여론전은 당내 장악력을 높이는 부수 효과도 기대할 수도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경선에서 ‘당심’이 최우선 기준이 되면 지방선거 도전자들은 불이익이 두려워 소신 발언을 하지 못하게 되고, 반대로 장 대표는 친한동훈계 등 지도부 노선에 부정적인 인사들을 배제하는 칼자루를 쥐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외연 확장도 일단 내부 결집을 통해 민주당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에야 가능하다”고 선(先) 결집을 강조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모이자 경기도, 2026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당 안팎의 파열음은 상당하다. 당장 연대 대상으로 거론되는 개혁신당의 이준석 대표는 23일 “변화나 쇄신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는 국민의힘과 함께할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민의힘은 계엄에 대한 입장을 전환하기보다는 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는 구호로 가려는 것 같다. 그 전략으로 완전히 대패한 게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2020년 총선”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내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미우나 고우나 개혁신당과 후보를 따로 내면 지방선거 타격이 불 보듯 한 데, 당은 강성 일변도로만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를 밀어붙이는 것과 맞물려 “강성 당원과 특정 지역의 여론이 과잉 반영되는 민주당과 닮아간다”(수도권 의원)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도층이 국민의힘을 외면하는 경향은 뚜렷해지고 있다. 18~20일 한국갤럽의 전화면접 조사에 따르면 지방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중도층 응답은 30%로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중도층 응답(44%)보다 14%포인트 낮았다. 중도층 응답자의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 16%, 민주당 44%로 28%포인트 격차였다. 또 이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4%로 민주당 지지율(43%)은 물론 무당층 비율(26%)보다도 낮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선룰 변경처럼 열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땅굴 파기식 전략이 반복되면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 부동산 대책 후폭풍 같은 여권발 악재를 국민의힘이 전혀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손국희.박준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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