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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고등어 어획량 70% 줄여라"…'金등어' 된 국민 생선

중앙일보

2025.11.23 12:00 2025.11.2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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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마트에 진열된 노르웨이산 고등어. 천권필 기자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진열대 한 칸을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가득 채우고 있다. 가격은 한 손(두 마리)에 최고 1만 4980원으로 국내산 고등어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날 마트를 찾은 이모 씨는 “기름기가 풍부한 노르웨이 고등어를 요즘 자주 먹는데 가격이 점점 올라 사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 고등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노르웨이 고등어 가격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으로 수출되는 노르웨이 고등어의 가격은 지난달 기준으로 ㎏당 5.14달러(7548원)를 기록했다. 1월(2.71달러)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특히 하반기 들어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김경진 기자



“고등어 어획 압력 줄여야” 할당량 70% 감소 권고

가장 큰 원인 노르웨이 고등어의 수급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지난 9월 ICES(국제해양탐사위원회)는 해양 조사 결과를 토대로 노르웨이 등 관련 정부에 “내년 대서양 고등어의 총 어획 할당량이 17만 4000t(톤)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올해 권고량(57만 7000t) 대비 70%나 감소한 수치다.

고등어 어획량 축소를 권고한 건 급격한 수온 상승과 먹이 감소 등의 영향으로 북대서양 고등어 자원이 붕괴할 위험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ICES는 “고등어의 자연 폐사율이 상당히 높고, 신규 유입도 수년간 매우 부진했다”며 “어획 압력을 상당히 줄여야 어군이 회복될 수 있다”고 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권고안을 토대로 영국 등 다른 국가들과 내년 고등어 어획 할당량을 협상 중이다. 이르면 올해 말에 할당량이 결정되는데, 지속가능한 어업을 중요시하는 노르웨이 정부의 특성상 할당량 감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측은 “권고된 할당량은 한국과 일본이 작년에 노르웨이에서 수입한 양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며 “지금까지는 대부분 권고를 따랐기 때문에 내년 어획량은 올해보다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고등어 수입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노르웨이 고등어 수입량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4만 3093t에 달했는데, 국내 고등어 생산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고등어 가격을 더 올리기는 부담되기 때문에 제공되는 함량을 지금보다 줄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산 가격도 올라…사라진 중·대형 고등어

서울의 한 마트에 진열된 고등어의 모습. 뉴시스
국내산 고등어 역시 최근 들어 가격이 치솟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지난달 고등어 소비자가격은 ㎏당 1만 2131원으로 한 달 전보다 5.9%가량 올랐다. 평년과 비교해도 16.8% 더 비싸다.

올해 국내산 고등어 물가가 오른 건 한국인이 선호하는 중·대형 비중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잡은 고등어 중에서 중·대형어 비중은 4.6%로 평년(20.5%)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크기가 작은 고등어는 주로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고등어’ 가격이 오르면 밥상 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는 국내산 고등어 물가가 오르면 노르웨이 고등어 수입량을 늘려 대처했지만, 태평양과 대서양 등 전 세계적으로 고등어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이젠 이마저도 쉽지 않아졌다.

김도훈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는 “과도한 어업으로 고등어 개체군이 많이 줄어든 상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개체군) 붕괴를 가속하고 있다”며 “식량 위기의 빨간불이 켜진 만큼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해양 조사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권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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