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손흥민 좀 해줘!” LAFC의 축구는 결국 이 한 문장에 모든 것이 압축됐다.
LAFC는 22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BC 플레이스에서 열린 2025 MLS컵 서부 컨퍼런스 4강전에서 밴쿠버 화이트캡스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했다. 손흥민의 멀티골은 기적에 가까웠지만, 팀은 끝내 살아나지 못했다.
LAFC는 이날 3-4-3 전형으로 나섰다. 손흥민이 전면에 선 구조였다. 양쪽에 부앙가와 오르다스, 중원에는 델가도와 틸만, 측면에는 홀링스헤드와 팔렌시아가 배치됐다. 그러나 이는 ‘종이 위’에서만 그럴듯했다. 전반 내내 손흥민에게 향하는 패스는 끊겼고, 역습은 시작조차 되지 못했다. 최전방은 고립됐고, 손흥민은 등 돌린 채 공을 받을 시간도 공간도 허락받지 못했다.
그리고 전반 39분, 가장 뼈아픈 장면이 등장했다. 상대 골키퍼 타카오카 요헤이가 드롭볼 이후 길게 찔러준 패스 하나에 LAFC 수비라인 전체가 무너졌다. 사비는 타이밍을 완벽히 잡아 요리스를 제친 뒤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단 한 번의 롱패스가 3백 전체를 박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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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 오른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토마스 뮐러가 헤더로 떨궜고, 요리스가 가까스로 쳐낸 공을 마티아스 라보르다가 다시 찔러 넣었다. 점수는 0-2. LAFC는 전반을 완전히 내준 채 고개를 떨군 채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러나 후반전, 손흥민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혼자서 팀을 되살렸다. 후반 15분 델가도의 크로스를 모런이 헤더로 떨궜고, 손흥민이 연속 슈팅으로 골문을 두드렸다. 첫 번째는 막혔지만, 라보르다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을 손흥민은 놓치지 않았다. 무게 중심을 잃지 않으며 그대로 재차 밀어 넣은 깔끔한 마무리였다. 1-2. 경기 분위기가 흔들렸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왼발이 MLS를 뒤흔들었다. 왼쪽 박스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 선수들 사이로 바람을 가르는 듯한 곡선, 정확히 골문 상단을 향해 휘어 들어간 ‘손흥민 표 왼발 감아차기’. 타카오카가 몸을 최대한 뻗었지만 공은 손끝도 스치지 않고 그물을 흔들었다. 완벽한 동점골이었다. LAFC는 이 골로 극적으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수적 우위까지 찾아왔다. 후반 추가시간 블랙먼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됐고, 연장 후반에는 교체로 들어온 할부니마저 부상으로 나갔다. LAFC는 11대 9라는, 축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절대적 우위를 갖게 됐다. 그러나 추가 골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특히 부앙가의 연장 추가시간 결정적 슈팅은 골대를 강타하며 잠든 희망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결국 승부는 승부차기로 향했다. 그리고 가장 잔인한 장면이 펼쳐졌다. LAFC의 첫 키커는 손흥민. 그러나 연장 후반부터 시작된 근육 경련이 다시 올라왔다. 발을 디디는 순간 중심을 잃었고, 그 결과 슈팅은 골문 밖으로 벗어났다. 두 골을 넣고 팀을 연장까지 끌고 간 에이스가, 승부차기 첫 번째 실축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손흥민은 이날 총 5개의 슈팅 중 4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해 2골을 기록했다. 팀 전체 유효슈팅 8개 중 절반이 손흥민의 발과 왼발에서 나왔다. 반면 부앙가는 8개의 슈팅을 하고도 2개만 골문으로 보냈고, 결정적인 순간 골대를 맞히며 팀을 구하지 못했다. LAFC는 결국 ‘손흥민 의존도’가 한계에 다다른 결말을 받아들어야 했다.
혼자 다 했다. 하지만 혼자서는 이길 수 없었다. LAFC의 시즌은 끝났고, 손흥민의 마지막 장면은 잊히기 힘든 비극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