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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행운·복·사랑…매듭 하나에 마음 엮으며 ‘케데헌’ 팔찌 완성

중앙일보

2025.11.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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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극중 그룹 사자보이즈 리더로 무대 위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남자주인공 진우가 착용한 국화매듭팔찌도 주목받았어요. 일명 진우팔찌로 불리는 국화매듭팔찌는 한국 전통매듭을 활용한 것으로, 국화매듭은 성공·행운·번창 등을 의미한다고 해요. 전통매듭에는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매듭이 있고, 각각의 의미를 가지는데요. 다양한 전통매듭을 알고 팔찌로 만들어 보기 위해 김보경·정서우 학생기자가 서울시 강동구 성내동에 있는 예인공방을 찾았습니다. 고운 색상의 명주실과 다채로운 형태의 노리개 등이 전시된 공방에서 소중 학생기자단을 반갑게 맞아준 이예인 대표가 먼저 한국 전통매듭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죠.

"한국 전통매듭은 단순한 '끈 엮기'가 아니에요. 고려시대에는 왕실 의복과 장신구, 불교 의식용 장식에 매듭이 쓰였고,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궁중 여성들의 솜씨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공예로 발전했죠.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혼례용 노리개에 매듭을 달아 화려함을 더했고, 서민들은 장롱 고리나 장식 끈 등으로 사용하는 등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했다고 전해지죠. 실용성과 장식성을 동시에 지니고 시대마다 발전을 거듭한 매듭 하나하나에는 복(福), 장수(長壽), 사랑, 화합 등의 상징을 담았습니다."
이예인(가운데) 대표 도움으로 국화매듭팔찌를 완성해 손목에 착용한 정서우(왼쪽)·김보경 학생기자.

전통매듭의 종류는 약 30여 종으로, 대표적으로 기본형인 평매듭부터 끈을 연결할 때 쓰는 도래매듭, 화려한 장식용 국화매듭, 정(井)자 매듭이라고도 하는 생쪽매듭, 장신구에 주로 사용했던 매화매듭, 궁이나 양반가에서 많이 쓴 나비매듭 등이 있죠. 전통매듭은 장식에 그치지 않고 인간관계와 인생을 상징하는 ‘끈의 철학’을 품고 있다고 해석돼요. ‘매듭 하나에 마음을 엮는다’는 말처럼, 전통매듭은 누군가를 향한 정성을 담아 복을 기원하는 수공예 문화의 결정체로 발전했습니다.

“언제부터 전통매듭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서우 학생기자가 묻자 이 대표는 “유치원생 때부터 조선시대 배경 사극을 즐겨 보았고 초등학생 때에는 전통복장과 장신구에 빠져 살았어요. 언젠가 어른이 되면 전통소품을 모아 집에 전시하고 싶다는 꿈도 있었죠. 그러다 몇 년 전 전통매듭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신 이모의 제안으로 일을 돕게 됐는데, 전통매듭에 매료돼 지금은 제 직업이 됐습니다(웃음)”라고 말했어요.

"국화매듭팔찌는 언제부터 하기 시작했어요?" 이어 보경 학생기자가 전통매듭팔찌에 대해 질문했죠. “국화매듭은 이름 그대로 국화꽃의 형태를 본뜬 매듭이에요. 국화는 예로부터 고결함과 불변의 우정을 상징했으며, 조선시대에는 사대부들이 즐겨 그렸죠.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진우가 착용한 국화매듭팔찌는 검은 끈 위에 붉은 매듭이 포인트로 장식된 디자인인데, 이는 ‘악귀를 물리치는 부적 같은 팔찌’로 주목받았어요.”
실용성과 장식성을 동시에 지니고 시대마다 발전을 거듭한 매듭 하나하나에는 사랑·화합 등의 상징이 담겼다.

이 대표 설명처럼 국화매듭은 중심이 단단히 고정돼 있어 ‘마음의 중심을 지키는 매듭’으로도 알려졌죠. 이처럼 전통적인 의미와 현대적인 해석이 만나면서, 국화매듭팔찌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닌 문화적 상징으로 그 의미가 확대됐습니다. 이 대표는 "국화매듭은 초보자가 배우기 까다롭고 어려운 편이라 매듭을 처음 해보는 여러분은 국화매듭보다 좀 더 쉬운 평매듭·도래매듭·생쪽매듭을 만들며 감을 잡으면 좋을 것 같아요"라며 기본 준비물로 매듭 끈과 가위, 송곳이 필요하다고 했죠.

매듭 끈을 길게 늘어트린 이 대표는 "먼저 끈을 꼬이지 않게 다듬은 후 시작하는 게 좋아요. 왜냐하면 전통매듭은 한번 꼬이거나 잘못하면 다시 풀어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거든요"라면서 생쪽매듭부터 알려줬습니다. “생쪽매듭은 전통매듭 중 가장 폭넓게 사용하는 기초 매듭 중 하나로, 노리개·팔찌·장신구 등 다양한 곳에 활용해요. 생강의 한쪽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생쪽매듭이란 이름이 붙었죠. 또 앞뒤가 똑같은 대칭적인 형태로, 중심 고리를 만들고 양쪽 끈을 교차해 ‘우물 정(井)’자를 닮았어요.”
이예인(가운데)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전통매듭 중에서 초보자가 배우기 좋은 평매듭·도래매듭·생쪽매듭을 차례대로 알려줬다.

이 대표는 생쪽매듭의 고리부터 만들자며 “끈의 중심에서 왼쪽을 반 올려서 토끼 귀처럼 고리를 만들어보세요”라며 시범을 보여줬어요. 다음엔 오른쪽 끈으로 고리 위를 한 바퀴 감아주면 돼요. 그리고 감은 두 줄 위로 만들어진 구멍에 왼쪽 끈을 아래에서 위로 통과시켜 줍니다. 두 학생기자는 "매듭이 계속 풀려요"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가요" 등 저마다 어려움을 토로했죠. 이 대표는 "매듭 작업을 할 때 한 손은 무조건 매듭을 꽉 잡고 다른 손으로 고리를 만들어야 해요. 안 그러면 매듭이 엉키거나 풀어지기 때문이죠"라고 강조했어요. 이어 통과시킨 왼쪽 끈과 걸쳐 있던 반원을 함께 잡고 아래로 당겨주세요. 끈이 꼬이지 않도록 살살 당기면, 정(井)자 모양이 만들어집니다.

이 대표는 “‘우물 정’자 모양이 잘 나오도록 전체적으로 당겨 매듭을 완성하면 돼요. 이때 고리 크기를 조절하고 예쁘게 다듬으면 더 아름다운 생쪽매듭을 만들 수 있죠”라고 조언했어요. 이 과정을 연이어 반복한 소중 학생기자단은 어느새 생쪽매듭 2개를 완성했죠. '기쁨과 환희'의 의미를 담은 생쪽매듭은 전통 혼례 장식이나 고급 한복 장신구, 선물 포장 등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많이 사용했다고 전해져요.
생쪽매듭은 전통매듭 중 가장 폭넓게 사용하는 기초 매듭으로 노리개·팔찌·장신구 등 다양한 곳에 활용한다. 중심 고리를 만들고 양쪽 끈을 교차해 ‘우물 정(井)’자 모양을 만들면 된다.

다음으로 만들 도래매듭은 아기가 머리를 '도리도리' 흔드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는데요. 매듭의 시작과 끝을 단단하게 고정하고, 매듭과 매듭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 실용적인 용도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해요. “매듭 끈 두 줄을 겹쳐 잡고, 아래에 있는 줄을 위로 넘겨 고리를 만들어요. 고리를 만든 줄(아랫줄)을 그대로 두고, 위쪽에 있는 줄을 아래로 두세 바퀴 정도 감아주고요. 다음은 고리 사이로 통과하기인데요. 감긴 줄의 끝을 아래 줄이 만든 고리와, 위쪽 줄을 감으면서 생긴 두 개의 고리 사이로 넣어줘요. 여기까지 했으면 양쪽 줄의 끝을 잡고 살살 당기면서 매듭을 조여 모양을 잡아주면 됩니다.”

보경 학생기자는 "처음에는 쉽다고 생각했는데, 하면 할수록 어렵고 복잡해요"라면서 이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죠. 이 대표는 "매듭은 줄이는 게 일이에요. 줄이다가 매듭이 망가지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한 손은 꼭 매듭을 고정하고 다른 손으로 끈을 줄이고 늘려야 해요"라며 도래매듭을 수정해줬어요. 두 학생기자는 8개의 도래매듭을 차례대로 만들었어요.

마지막 작업인 평매듭은 이름처럼 가장 ‘평평한’ 형태의 매듭으로, 두 줄의 끈을 교차해 반복적으로 엮는 방식이었죠. 양쪽의 균형이 완벽히 맞아야 매듭이 예쁘게 나오기 때문에 단순해 보여도 집중력이 요구돼요. 특히 평매듭은 매듭 공예에서 시작점 역할을 하며 다양한 응용이 가능해서 팔찌와 같은 액세서리부터 실용적인 용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하죠.

‘케데헌’ 진우팔찌로 알려진 국화매듭팔찌는 한국 전통매듭을 활용한 것으로, 국화매듭은 성공·행운·번창 등을 의미한다.
“평매듭은 4가닥 실로 좌우 4자를 번갈아 묶어 단정한 띠를 만드는 방식으로 작업해요. 2가닥은 고정·바깥, 2가닥은 중심을 감싸듯 묶는 용도로 쓸 거예요. 그리고 이때 실을 너무 짧게 잡으면 모양이 안 예쁘니 중심실은 완성 길이보다 1.5배, 양쪽 실은 3~5배 길게 준비하는 걸 추천해요.” 이 대표는 오른쪽 실을 중심 위로 올리고 왼쪽 실을 그 위로 올린 후 왼쪽 실을 중심 아래로 넣어 오른쪽 구멍으로 뺀 뒤 양쪽을 당겼어요. 두 학생기자가 따라 만들자 다음 순서를 이어나갔습니다. “반대로 왼쪽 실을 중심 아래로 넣고 오른쪽 실을 그 위로 올려 왼쪽 구멍으로 넣어 당겨요. 이렇게 좌우 번갈아 반복하면 평평한 줄이 만들어질 거예요. 이때 좌우 번갈아 매듭 하지 않으면 꽈배기처럼 꼬일 수 있으니 집중해서 작업해야 합니다.”

이 대표는 지금 이렇게 소중 학생기자단 여러분이 만든 매듭을 합치면 국화매듭팔찌가 완성된다며 직접 시범을 보였죠. “국화매듭은 생쪽매듭을 여러 겹으로 엮어 중심부를 만든 뒤, 그 둘레를 평매듭으로 감싸 꽃잎의 층을 표현하면 돼요. 팔찌 끈은 도래매듭으로 마감하면 ‘케데헌’ 진우 팔찌가 되죠.”

전통매듭팔찌를 처음 만들어 보는 두 학생기자는 생각보다 어렵다며 완성품을 보고 뿌듯해 했다.
완성된 국화매듭팔찌를 착용한 서우 학생기자는 "전통매듭을 만드는 게 청소년한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이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여러분이 만들어봤듯 매듭 작업은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해요. 우선 매듭을 만드는 과정에서 반복적이고 세밀한 작업이 요구돼 집중력과 인내심을 기를 수 있죠. 그리고 다양한 색상의 실을 조합해 만들기 때문에 창의적 사고를 키울 수 있고요. 또 실을 꼬고 묶는 동작이 반복돼 손의 소근육을 발달시키고 두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해요. 특히 직접 만든 결과물을 접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 향상에도 좋아요. 예전에는 매듭에 명주실을 많이 사용했는데, 요즘은 합성섬유로 만든 실을 주로 쓰죠. 집에서도 나일론 끈이나 마크라메 실을 갖고 쉽게 해 볼 수 있어요. 30~50cm로 잘라 연습하다 손에 익으면 전통공예에서 많이 쓰는 조겹사를 사용하면 됩니다."

“전통매듭을 하면서 힘들거나 어려운 점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보경 학생기자가 질문했죠. “전통매듭이 아직 대중적이지 않아 속상하고 외로울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전통매듭이 환영받는 모습을 보면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많은 사랑을 받는 전통매듭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요.”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면서 진우가 찬 국화매듭팔찌에 관심이 생겼는데, 마침 전통매듭 취재에 참여해 다양한 매듭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취재 전에는 전통매듭 만드는 방법은 물론 종류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막연하게 쉬울 것만 같았는데 직접 체험하니 어려웠어요. 그러나 선생님이 쉽게 설명해주셨고 그대로 따라 하니 제법 그럴싸한 전통매듭팔찌를 완성할 수 있었죠. 매듭을 만드는 동안 딴 생각할 겨를도 없고 매듭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완성한 국화매듭팔찌를 팔에 끼는 순간 너무 행복했고, 잘 몰랐던 우리 전통공예와 전통매듭에 대해 하나씩 알게 돼 뿌듯한 취재였어요.

김보경(서울 둔촌초 6) 학생기자

이번 취재 전에는 매듭공예가 정확히 뭔지 잘 몰랐어요. 전통매듭공예를 체험하며 생쪽매듭·평매듭 등을 배웠는데 이것 말고도 매듭 종류가 많고 모양도 다 다르다는 걸 알았죠. 특히 매듭 작업을 하다 중간에 잠깐 손을 놓치거나 잘못 묶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서 한눈팔 틈이 없었어요. 선생님 설명에 따라 매듭을 묶으니 어느새 매듭팔찌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완성품을 보니 뿌듯했고 예뻤어요. 작업 과정은 어려웠지만, 꽤 재미있었고 만드는 내내 집중할 수 있어 집중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소중 친구 여러분도 다양한 매듭공예에 도전해보세요.

정서우(서울 고명초 5) 학생기자



이보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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