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인공지능(AI)이 분석가이자 투자자로 뛰어들고 있다. 일각에선 AI가 조작된 데이터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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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일이야
AI가 가상자산에 대한 분석·투자 결정을 대신하는 시대가 왔다. 23일 AI 기반 가상자산 자동매매 실험 및 경쟁 플랫폼
알파 아레나(Alpha Arena)에 따르면 현재 구글의 최신 모델인 제미나이 3 프로가 시작 자금 대비 100% 이상 수익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19일 공개된 제미나이 3 프로는 출시되자마자 중국의 QWEN, 딥시크 등의 모델의 수익률을 앞질렀다.
AI 연구기업 Nof1.ai가 운영하는 알파 아레나는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그록 등 최신 주요 상용 AI 모델에게 동일 자본(1만 달러)을 할당해, 가상자산 투자 수익률을 비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AI 들은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실제 자금을 운용하며 코인을 사고판다. 알파 아레나 측은 블록체인 상에서 자동으로 수집되는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모델의 수익률, 위험 관리 능력, 매매 알고리즘의 안정성을 비교해 공개한다. 사람의 개입 없이 AI가 직접 판단하고,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지 검증하는 실험장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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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중요해
가상자산 시장은 다른 금융시장보다 AI가 개입하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다. 거래 기록, 지갑 이동, 개발 활동 등 대부분의 정보가 블록체인에 실시간으로 공개되기 때문이다. AI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에 별도의 접근 장벽이 없다. 조재우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블록체인연구소 소장)는 “가상자산 시장은 재단 보유량, 주요 투자자(홀더)의 거래 내역, 거래소 물량 등이 모두 실시간으로 블록체인에 공개되는 구조라 AI가 학습하고 판단하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AI의 개입은 투자 판단 과정도 바꾸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은 하루에도 수많은 프로젝트가 쏟아지고, 바로 토큰을 사고팔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프로젝트 데이터를 빠르게 해석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한 수요가 크다. 과거엔 전문가들이 자료를 보고 직관을 더해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신뢰도나 기술 수준을 가늠했다면, 이제는 그 과정을 AI가 자동으로 수행해 결과를 수치로 제시한다. AI가 빠르게 토큰 구조나 코드 품질, 커뮤니티 활동 같은 요소들을 판단하면 투자자들은 이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실제 살아 있는 생태계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블록체인 컨설팅 업체 디스프레드의 엄상현 시니어 리서처는 “(사람이 평가했을 때는) 주관이나 이해관계가 개입될 여지가 있지만, AI는 일관된 기준으로 공정한 평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며 “가상자산 산업 특성 상 AI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빠르게 확산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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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은 없어?
다만 AI가 가상자산을 판단하고 매매하는 구조가 빠르게 확산되면, 시장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조화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여러 모델이 비슷한 데이터를 학습하면 동시에 같은 신호(signal)에 반응해 거래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초단기 급등락(Flash Crash·단기간 가격 폭락 후 반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거래량이 적은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소수 AI 모델의 판단이 전체 시장을 흔들 수도 있는 것. 엄상현 리서처는 “AI 매매가 늘어나는 초기에는 플래시 크래시나 연쇄청산(한 종목의 급락이 다른 포지션까지 자동으로 청산시키는 도미노 현상) 같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부 세력이 특정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보이게 조작하거나 인위적으로 시세를 움직이면 AI는 이를 ‘인기 급상승’ 신호로 오해해 잘못된 매매 결정을 내릴수도 있다. 조재우 교수는 “AI를 속이려는 시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조작된 데이터나 인위적 신호가 AI 판단에 반영되면 결국 시장 전체가 왜곡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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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일부 위험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AI가 가상자산 거래의 주체로 자리 잡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본다. 엄상현 리서처는 “몇 년 안에 전체 가상자산 거래의 상당 부분을 AI가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AI의 안정성과 각국의 규제 환경이 이 확산 속도를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