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 1위 안세영(23·삼성생명)은 23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호주 오픈(슈퍼 500) 여자 단식 결승에서 인도네시아의 푸트리 쿠수마 와르다니(세계 7위)를 2-0(21-16, 21-14)으로 꺾고 시즌 10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경기 시간 45분. 사실상 ‘압도’ 외의 단어는 필요하지 않았다.
이 승리로 안세영은 와르다니 상대 통산 6전 전승을 찍으며 절대적 우위를 재확인했다. 우승 상금 3만 5626달러(약 5200만 원)를 추가한 그는 올 시즌 상금만으로 이미 10억 원을 넘겼다. 커리어 통산 상금은 226만 달러(약 33억 원). 더 놀라운 건 ‘돈’이 아니라, 그 돈을 따내는 과정에 있었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 내내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다. 32강부터 결승까지 5경기 모두 2-0 완승, 이른바 ‘10-0 퍼펙트 스코어’였다. 첫 경기 셔나 리(145위)를 29분 만에 21-6, 21-6으로 눌렀고, 16강에서도 둥추퉁(59위)을 21-7, 21-5로 정리했다. 8강에서는 스이즈 마나미(58위)에게 21-10, 21-8, 준결승에서는 라차녹 인타논(세계 8위)을 21-8, 21-6으로 찍어 눌렀다.
결승전만큼은 조금 팽팽해 보였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21-16, 21-14. 흔들림 없는 스트레이트 승이었다. 1게임은 잠시 고전하는 듯했다. 10-8에서 4연속 실점을 허용해 역전을 내줬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15-16 이후 6점을 연달아 퍼부으며 단숨에 게임을 뒤집었다.
2게임도 비슷했다. 초반 6-9로 뒤졌지만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곧바로 4연속 득점, 이어 5점을 더 쓸어 담으며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마지막은 점프 스매시. 안세영은 크게 포효했다. 단일 시즌 10회 우승. 여자 단식에서는 그 누구도 해본 적 없는 기록이었다.
이번 대회는 주요 강호들이 대거 빠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일수록 ‘진짜 강자’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법이다. 안세영은 그 어떤 변수도 허용하지 않았다. 32강부터 결승까지, 상대가 누구든 경기 흐름은 항상 동일했다. 밀리는 시간조차 짧았다. 상대가 버티는 시간은 더 짧았다. 말 그대로 수준 차이가 경기력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실제로 숫자로 보면 더 극적이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에서 총 210점을 따내고 단 86점만 내줬다. 득실차 +124. 경기당 평균 득점은 42점, 평균 실점은 17.2점. 게임당 평균 실점은 8.6점, 게임당 평균 득실차는 +12.4점.
여자 단식에서 좀처럼 등장하기 어려운 지표다. 전문가들이 “안세영은 혼자 다른 종목을 뛰는 것 같다”고 표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한 게임도 20점을 허용하지 않은 점은 ‘압도적인 클래스’를 상징한다.
호주 오픈 공식 계정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식 SNS에서 “안세영이 또 해냈다. 또 다른 날, 또 다른 타이틀. 세계 최고 선수의 순수한 지배력.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챔피언이다”고 강조했다.
2025년 안세영의 우승 리스트는 더 화려하다. 말레이시아 오픈 → 인도 오픈 → 오를레앙 마스터스 → 전영 오픈 → 인도네시아 오픈 → 일본 오픈 → 중국 마스터스 → 덴마크 오픈 → 프랑스 오픈 → 그리고 호주 오픈을 모두 제파한 것이다.
단일 시즌 10승. 승률은 68승 4패(94.4%). 이미 역사다. 하지만 안세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다음달 열리는 시즌 최종전, HSBC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가 남아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그는 일본의 모모타 겐토가 2019년에 작성한 남자 단식 단일 시즌 11회 우승 기록을 따라잡게 된다.
여자 단식 역사상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 이제 남은 문제는 단 하나다. 안세영이 시즌 마지막 우승 세리머니에서 어떤 숫자를 펼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