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소년중앙]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멸종위기 1급' 딱지 뗄 작전 중이죠

중앙일보

2025.11.23 15: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2012년 둘로 시작해 총 259마리 방사
지금 소백산에는 여우가 산답니다

뾰족한 주둥이, 황갈색 털, 굵고 긴 꼬리를 가진 개과 포유류 여우는 우리에게 설화·속담 등으로 친숙한 동물입니다. 여우와 대대로 함께 살았던 우리 조상과 달리 2025년을 사는 우리가 실제로 여우를 보려면 동물원에 가야 하는데요. 대한민국에서 여우는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이기 때문입니다. 여우는 왜 대한민국에서 자취를 감췄던 걸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경북 영주시 순흥면에 있는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중부보전센터 여우생태관찰원을 찾아 알아봤습니다.
박건우(경기도 판교초 5)·김민영(충북 충북여중 1)·변우빈(경기도 화남초 6·왼쪽부터) 학생기자가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중부보전센터 여우생태관찰원을 찾아 우리나라 여우에 대해 알아봤다.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증식·복원을 통해 우리나라 자연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반달가슴곰·산양·여우 등 멸종위기 동식물을 복원하는 일을 하는 기관이에요. 그중 여우 복원사업은 2010년 시작됐죠.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중부보전센터(이하 중부보전센터)가 소백산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여우를 증식해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서식지를 보전하는 일을 맡았어요. 즉, 중부보전센터는 여우가 다시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여우 복원 전문 기관’이죠. 중부보전센터로 가는 도로 옆에는 '여우 로드킬 주의'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곳곳에 있어, 이곳이 여우들의 보금자리임을 쉽게 알 수 있어요.

중부보전센터가 운영하는 여우생태관찰원은 여우의 복원·연구·교육·치료가 모두 이루어지는 ‘복합 생태 커뮤니티 공간’입니다.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사무동부터 탐방객 대상 체험·교육을 하는 홍보관, 실제 여우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생태학습장, 여우의 증식과 야생 적응 훈련이 이루어지는 자연적응장, 그리고 다치거나 병든 여우를 치료하는 수의진료실 등 여우 복원과 관련된 다양한 기능을 가진 여러 공간으로 구성됐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먼저 홍보관에서 여우의 생태적 특성과 멸종 이유, 복원사업의 의미와 현황 등을 알아보기로 했죠.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안진석 주임과 신공주 해설사가 김민영·박건우·변우빈 학생기자를 맞이했어요.
여우가 다시 자연에서 살도록 돕는 '여우 복원 전문 기관' 중부보전센터가 운영하는 여우생태관찰원에서 만난 여우.

한국 여우는 왜 멸종위기 1급이 되었나

민영 학생기자가 "여우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복원하는 여우는 어떤 종류인가요"라고 질문했어요. "세계적으로 여우는 12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대표적으로 추운 북극에 살며 흰색 털을 가진 북극여우, 얼굴에 비해 큰 귀와 작은 체구를 지니고 사막에서 살아가는 사막여우(페넥여우) 등이 있죠. 현재 우리나라에서 복원 중인 여우는 영어 이름이 Red Fox인 종류예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의 여우를 ‘붉은여우’라고 알고 있지만, 공식적인 이름, 즉 한국의 표준 명칭은 ‘여우’(이하 여우)예요."(안)

여우의 수명은 평균 약 3~6년 정도입니다. 1~3월에 짝짓기하고, 3~5월에 3~6마리의 새끼를 출산하죠.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된 새끼 여우의 사진을 보니 우리가 아는 황갈색이 아닌 진한 회색이었죠. 개체별 차이가 있지만 생후 두 달 정도가 되면 털 색깔이 황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1년 정도 자라면 성체가 됩니다. 또 여우는 털갈이하는 여름에는 매우 홀쭉한 몸매이지만, 겨울에는 털이 복슬복슬해요.
박건우 학생기자가 여우의 은신처인 여우굴에 대해 살펴봤다.

여우는 사람이 사는 마을과 가까운 야산, 키 작은 나무와 덤불이 있는 숲 가장자리, 저지대의 양지바르고 완만한 지형을 좋아합니다. 즉, 완전히 깊은 산속보다는 사람의 삶터와 자연이 맞닿은 환경을 선호하죠. 신 해설사가 여우굴 모형을 가리켰어요. "여우는 자신의 서식지에 평균 길이 7~8m 정도, 깊이 50cm~2m 정도의 굴을 파서 여러 개의 출입구를 만들어요. 이 굴은 새끼를 키울 때,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때, 비·눈 등이 많이 내리는 궂은 날씨일 때 은신처 역할을 하죠."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논이나 밭에서 여우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가 겹치면서 여우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죠. 첫째, 일제강점기 해수(害獸) 구제사업으로 인해 여우는 늑대·표범·반달가슴곰과 함께 ‘해로운 동물’로 분류되며 무분별하게 포획됐어요. 둘째, 1960년대 쥐잡기 운동의 여파로 여우가 주로 먹는 쥐의 수가 급격히 줄었을 뿐 아니라, 쥐약에 중독된 쥐를 먹고 2차 중독 피해를 입기도 했죠. 셋째로 모피를 얻기 위한 사냥이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도시화와 산림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사라지며 여우가 살아남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이로 인해 여우는 우리나라 자연에서 거의 사라져 현재는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으로 보호받고 있어요.
변우빈 학생기자가 여우와 다른 동물들의 관계성을 알아봤다.

홍보관에는 여우와 함께 생태계의 일원을 이루는 삵·담비·사슴 등 여러 동물 표본도 있었어요. 우빈 학생기자가 "여우와 비슷한 덩치의 육식동물은 삵도 있는데, 삵이 아니라 여우 복원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여우는 한때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든 동물이에요. 삵 역시 멸종위기 야생동물이지만, 지금도 우리나라 여러 산림 지역에서 꾸준히 관찰되죠. 그래서 아직까지 삵은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거나 사라져 재도입 또는 재강화를 통해 원래의 생태적 기능을 되살리는 ‘복원’보다는, 현재 살고 있는 개체들을 잘 보호하며 지켜보아야 할 대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안)

2010년 시작한 여우 복원사업은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야생 여우를 단 한 마리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과거 우리나라에 살던 여우와 유전적으로 같은 종의 여우를 북한과 중국에서 들여와 복원사업을 시작했어요.

한 여우 가족이 터를 잡고 3세대 이상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무리를 ‘소개체군’이라고 부르는데요. 여우 복원사업의 중기적 목표는 '소백산을 중심으로 100마리 이상의 여우가 5개 이상의 소개체군을 형성해 살아가는 것'입니다. 야생동물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제때 짝을 만나 새끼를 낳고, 태어난 새끼가 자라나 또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과정이 꾸준히 반복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이 소개체군이 살아갈 서식 공간이 바로 ‘소백산권역’이에요. 소백산권역은 단순히 소백산국립공원만을 의미하진 않아요. 소백산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여우의 행동반경을 고려해 만든 보다 넓은 공간 범위를 말하죠. 즉, 여우가 자유롭게 이동하고, 서로 만나 짝을 이루며, 대대로 살아갈 수 있는 넓은 생태적 생활권인 것이죠.
장애가 있거나 노화 및 야생 부적응을 겪는 여우들은 생태학습장에 돌아와 사람들에게 공존의 의미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여우 사진을 유심히 보던 건우 학생기자가 "왜 소백산을 중심으로 여우 복원사업을 펼치나요"라고 질문했어요. "여우 복원사업을 시작하면서 최적의 복원 대상지를 결정하기 위해 먹이 자원이 충분한지, 서식 환경이 좋은지, 위험 요소는 없는지 등 다양한 측면을 꼼꼼히 살펴봤어요. 그 과정에서 오대산·덕유산 등 여러 국립공원이 후보지로 거론됐죠. 최종적으로 소백산국립공원이 선정된 건 먹이자원이 풍부하고, 서식 환경 또한 여우에게 적합한 지역으로 분석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중부보전센터가 소백산 자락에 뿌리를 내리게 됐죠."(안) 또한 소백산은 백두대간의 중심에 위치해 북쪽으로는 설악산, 남쪽으로는 지리산까지 자연스러운 확산이 이뤄지기 좋아요.

여우 복원 과정은 크게 ①한국에서 서식했던 종과 같은 여우 도입, ②먹이 잡기·굴 파기·위협 회피 등 자연 적응 훈련, ③짝짓기 유도, ④ 여우의 안정적 서식지 확보, ⑤자연 방사, ⑥방사한 개체 모니터링 및 연구 등 여섯 단계로 이뤄져요. 특히 우리나라 여우 복원은 시설 안의 여우들이 스스로 번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자체 증식 기술' 개발을 통해 이뤄졌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계절별 우리나라 여우의 모습 변화를 알아본 김민영 학생기자. 여우는 여름철에 털갈이한다.
자체 증식 기술은 자연과 비슷한 넓은 야외 공간에 미리 선정한 암컷과 수컷 한 쌍을 함께 지내게 하는 방식이에요. 사람의 간섭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짝을 이루고, 새끼를 낳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그 결과 매년 30마리 이상의 새끼 여우가 시설 안에서 건강하게 태어나 자라고 있어요. 자체 증식 기술이 개발되기 전에는, 여우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반드시 다른 나라에서 들여와야 했지만, 이제는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한 여우를 증식하여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게 됐죠. 2010년 복원사업이 시작돼 2012년 2마리의 여우가 처음으로 방사된 후, 2025년 11월 초까지 총 259마리가 방사됐어요. 그 결과 140여 마리의 여 우가 우리나라 전역의 야생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갈 여우는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야생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정형행동(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비정상적 행동)이나 질병이 없어야 하며, 사람을 두려워하는 대인기피 성향과 야생 본능이 충분한 개체만이 방사될 수 있어요. 이를 위해 중부보전센터 내 자연적응훈련장에서는 먹이 사냥, 은신처 탐색, 대인기피 훈련 등이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여우는 스스로 먹이를 찾고, 인간을 피하며,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생존 능력을 기르죠. 또 방사 전에는 건강검진, 질병검사, 혈통가계도 등록, 그리고 위치추적 발신기 부착을 실시하여 방사 이후에도 이동 경로, 행동 특성, 생존율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합니다.(안)

소중 학생기자단이 신공주(맨 왼쪽) 해설사와 함께 생태학습장에서 우리나라 여우의 생태적 특성을 살폈다.
야생으로 간 여우가 보호시설로 돌아온 이유

중부보전센터에는 2025년 11월 기준 90여 마리의 여우가 생활하고 있는데요. 그중 일부를 생태학습장에서 관찰할 수 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리나라 여우를 보게 된 민영·건우·우빈 학생기자가 설레는 마음으로 생태학습장으로 향했어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풀밭 위에 앉아 따사로운 햇볕을 쬐고 있는 여우였죠. 초승달 같은 눈매와 복슬복슬한 털, 쫑긋거리는 까만 귀에 소중 학생기자단은 연신 "정말 귀여워요!"라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여우는 선선한 날씨에 나무 밑이나 풀밭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걸 좋아해요.

또 다른 여우는 생닭을 땅에 묻는 중이었죠. "나중에 먹기 위해 저장하는 행위예요. 땅을 팔 때는 앞발을 사용하고, 생닭 위에 흙을 뿌릴 때는 코를 사용하죠."(신)

우빈 학생기자가 "생태계에서 여우는 어떤 동물을 먹으며, 여우의 포식자는 어떤 동물인가요"라고 질문했죠. "여우는 흔히 육식동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쥐를 비롯해 토끼·새·새알·개구리·물고기·곤충·열매 등 다양한 먹이를 먹는 잡식성 동물이에요. 계절이나 환경에 따라 사람이 키우는 작물이나 버려진 음식물, 그리고 죽은 동물의 사체나 새끼 동물을 먹기도 하죠. 즉, 여우는 자연 속에서 다양한 먹이 자원을 활용하며 살아가는 똑똑한 동물입니다."(안) 잡식성인 여우는 생태계에서 소형 동물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해요. 따라서 여우 복원은 생태계 연결 고리를 튼튼하게 해 주는 효과도 있죠.
여우를 실제로 관찰할 수 있는 여우생태관찰원의 생태학습장에서는 잡식성 동물인 여우를 위해 다양한 먹이를 제공한다.

여우생태관찰원에서 지내는 여우들에겐 영양분과 야생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닭·꿩·토끼와 같은 먹이자원을 기본으로, 계절에 따라 사과·포도 같은 제철 과일 등 다양한 종류의 먹이를 균형 있게 제공해 보다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요.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여우마다 다친 부위가 하나씩 있었죠. 나중에 먹기 위해 생닭을 땅에 파묻는 여우의 오른쪽 앞발이 없는 걸 눈치챈 민영 학생기자가 "여우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고 물었어요.

"이 여우들은 한때 소백산을 누비며 살던 개체들이에요. 하지만 불법적으로 설치된 올무나 창애(덫) 같은 엽구(짐승 사냥에 쓰는 도구), 찻길 사고 등으로 다치거나 병에 걸려 치료가 필요해 다시 보호시설로 돌아왔죠. 치료 후 다행히 건강을 되찾은 여우들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영구적인 장애나 노화, 야생 부적응으로 인해 스스로 살아가기 어려운 여우들은 생태학습장에 남았어요. 이곳에서 안전하게 생활하면서 사람들에게 여우의 소중함과 공존의 의미를 알려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안)

안 주임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여우를 방사할 때 부착하는 목걸이 형태의 위성발신기와 초단파발신기를 보여줬어요. 위성발신기는 위성 신호를 이용해 주기적으로 위치 좌표를 수집하며,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의 데이터까지 지속적으로 확보해요. 초단파발신기는 근거리에서 직접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장비로, 현장에서 여우의 위치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죠.
여우를 야생에 방사할 때 모니터링과 데이터 수집을 위해 목에 부착하는 목걸이 형태의 위성발신기.
여우를 방사할 때 부착하는 초단파발신기.

연구진은 이렇게 확보한 위치좌표를 분석해 여우의 이동 경로, 행동권의 크기, 위험 상황 등을 감지해요. 또한 여우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은 주요 지역을 선별해 무인감지카메라를 운영하며 건강 상태(부상·질병)와 이상행동 여부를 모니터링해요. 만약 다치거나 질병에 걸린 여우가 확인되면 현장에서 치료 약물을 살포하거나, 포획해 센터로 옮겨 치료하죠. 이렇게 여우의 위치 현황, 건강 상태, 특이 행동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함으로써 방사된 여우들이 자연 속에서 잘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방사된 여우의 위치를 추적할 때 쓰는 야기 안테나 및 수신기.
"여우는 방사 직후(적응 초기)와 겨울철과 같이 이동량이 많은 시기에 사고나 폐사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요. 연구진은 이 시기를 집중 모니터링 기간으로 설정하고, 단순히 생존 여부나 위치만이 아니라 여우에게 위협이 되는 요인까지 함께 관리해요."(안) 현재 우리나라에 여우를 직접 잡아먹는 포식자는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너구리나 오소리처럼 비슷한 환경에서 가까이 살며 같은 먹이나 좋은 서식지를 두고 경쟁하는 동물들은 있어요.

또한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간담회를 열어 여우 방사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불법 엽구 제거를 위해 노력하죠. 그럼에도 여우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불법 엽구,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농약, 도로에서 발생하는 찻길 사고 등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노령화·질병 감염·사고사·자연사 등도 발생할 수밖에 없죠. 따라서 우리나라의 여우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가려면 불법 엽구 제거, 서식지 보호, 찻길 사고 저감시설 확충, 생태통로 설치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모두의 관심과 협조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여우 복원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다양한 먹이를 먹는 잡식성인 여우는 생태계에서 소형 동물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건우 학생기자가 "다친 여우를 발견하면 어떻게 대처하고, 어디로 신고해야 하나요"라고 궁금해했는데요. 일반적으로 야생동물은 사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인기척이 조금만 느껴져도 재빨리 먼저 피합니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사람과 가까이 접촉하는 상황이 닥치면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당황하거나 놀라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어요. 또한 여우를 포함한 모든 야생동물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질병을 지니고 있을 수 있어 만지거나 접촉할 경우 감염될 위험이 있어요. 따라서 야생 여우를 만나게 되면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고, 절대 가까이 다가가거나 만지면 안 됩니다. 큰소리나 위협, 물건을 던지는 등의 자극적인 행동도 하면 안 돼요. 아울러 불쌍하거나 귀엽다는 생각으로 먹이를 주는 잘못된 행동 역시 금물입니다. 이는 여우의 야생성을 약화해 생존 능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죠. 만약 다쳤거나 위험에 처한 여우를 발견했다면, 곧바로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중부보전센터(☎ 054-637-9120)로 연락해야 합니다.

한 종의 야생동물을 복원한다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과 장기적인 꾸준함, 그리고 막대한 예산·인력·노력이 요구되는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야생동물 복원사업에는 국가적 차원의 정책 판단과 국민적 공감대가 반드시 함께해야 하죠. 언젠가 여우가 소백산권역을 넘어 설악산과 지리산 등에서도 자리 잡아 우리나라 생태계의 주요 일원이 될 날을 기다려 봅시다.
여우의 외형적 특징

☞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우리나라 여우 복원 과정

☞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동행취재= 김민영(충북 충북여중 1)· 박건우(경기도 판교초 5)· 변우빈(경기도 화남초 6)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여우는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동물이라 기대하는 마음으로 여우생태관찰원에 취재하러 갔어요.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중부보전센터는 멸종위기 동물 중에 우리나라 토종 여우를 복원하는 곳인데 여우생태관찰원에서 그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죠. 우리나라에서 여우의 개체 수가 줄어든 이유는 먹이 부족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쥐잡기 운동을 하면서 쥐약에 중독된 쥐를 여우가 먹고 2차 중독으로 많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사람에게 해가 되는 쥐를 많이 없앴는데 쥐를 먹고 사는 여우가 줄어든 것을 보면 무슨 일이든 뜻하지 않은 결과가 생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멸종 상태에 이른 여우를 복원하기 위해 우리나라 토종 여우와 같은 종인 이웃나라 여우를 데려왔죠. 여우가 살기 좋은 환경의 소백산에 방사하는 여우에겐 목걸이 모양의 위치추적장치를 달아서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다고 해요. 혹시 산에 갔다가 여우와 마주치면 다가가지 말고, 자극을 주지 말고, 먹이도 주면 안 된다고 합니다.

김민영(충북 충북여중 1) 학생기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여우를 취재하기 위해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중부보전센터 여우생태관찰원에 다녀왔어요. 우리나라에서 멸종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여우를 직접 보고 관찰하면서 궁금증도 풀 수 있는 취재라서 더 흥분됐죠. 여우 100마리 이상, 소개체군 5개 이상 형성을 중기적 복원 목표로 중국 여우 등을 데려와 백두대간 중심부인 소백산국립공원에서 복원사업을 진행하며 우리나라의 건강한 자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는 연구원분들의 노고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지금도 여우는 로드킬·도시화·불법엽구·농약 등으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어요. 복원은 한 기관의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안진석 주임님 말씀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죠. 국가와 국민의 도움과 관심·신고가 있어야 여우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여우를 만나더라도 여우를 위해 안전한 거리를 지키고 위험에 처한 여우를 목격하면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중부보존센터로 연락해 주세요.

박건우(경기도 판교초 5) 학생기자

국립공원야생동물보전원 중부보전센터 여우생태관찰원을 취재하기 위해 경북 영주로 가는 길에 '여우 로드킬 주의' 표지판을 봤어요. 흔히 볼 수 없는 문구라서 신기했고, 이 지역에 여우가 실제로 살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져 도착하기 전부터 설렜죠. 여우는 민첩하고 '꾀 많은 동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겁도 많고 조심성이 많다고 해요. 여우생태관찰원에서 가까이 본 여우는 생각보다 훨씬 작고 황금빛 털이 햇빛에 반짝였고, 동그란 눈과 순한 표정이 강아지를 떠올리게 할 만큼 귀여웠어요. 사람들이 ‘여우에게 홀린다’고 말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부상을 심하게 당한 여우도 봤는데요. 작은 몸에 큰 상처가 남아 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고, 인간 때문에 동물들이 아프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죠. 생태계에서 여우가 없어지면 먹이사슬 균형이 깨지고 다른 동물들도 영향을 받아요. 이번 취재를 통해 여우가 단순히 귀여운 동물이 아니라, 자연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만든 위험한 환경 때문에 여우가 다치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좋겠고, 여우가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며 오래오래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변우빈(경기도 화남초 6) 학생기자




성선해([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