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길준영 기자]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이형종(36)이 마무리캠프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훈련에 임했다. 내년 시즌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은퇴까지 불사한다는 각오다.
이형종은 지난 21일 강원도 원주시 태장체육단지 야구장에서 열린 마무리캠프 인터뷰에서 “진짜 초심 같은 마음으로 왔다. 감독님과 코치님도 나를 마무리캠프에 데려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 훈련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캠프에 왔다”고 말했다.
2008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이형종은 아마추어 시절에는 서울고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지만 프로에서 실패를 경험했고 타자로 전향해 성공을 거뒀다. KBO리그 통산 791경기 타율 2할6푼7리(2424타수 648안타) 72홈런 316타점 344득점 30도루 OPS .769를 기록한 베테랑 외야수다.
2022년 시즌 종료 후 퓨처스 FA 자격을 얻은 이형종은 키움과 4년 20억원에 계약하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팀을 옮겼다. 모기업이 없는 구단 특성상 FA 시장에서 외부영입을 하기 쉽지 않은 키움은 이형종에게 2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계약을 안기며 큰 기대를 내비쳤다.
하지만 키움 이적 후 이형종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3년간 167경기 타율 2할1푼3리(488타수 104안타) 9홈런 62타점 58득점 2도루 OPS .66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올해는 33경기 타율 2할(70타수 14안타) 2홈런 6타점 4득점 1도루 OPS .629를 기록하며 1군에서 거의 팀에 기여를 하지 못했다.
키움 히어로즈 이형종. /OSEN DB
이형종은 마무리캠프에서 1루수로 훈련을 하고 있다. 자신의 쓰임새를 늘리기 위한 결정이다. 키움 설종진 감독은 “마무리캠프 명단이 나오기 전에 (이형종이) 먼저 한 번만 믿어달라고, 열심히 하겠다며 명단에 넣아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열심히 안 하면 바로 고양으로 보낼거라고 약속하고 데려왔다. 와서 정말 열심히 했다”면서 “1루수를 연습하면 더 출장할 기회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내야도 그렇지만 외야가 경쟁이 치열하다”고 이형종이 마무리캠프에 오게 된 배경을 밝혔다.
“외야든 내야든 기회가 있을 때 1경기라도 더 나갈 수 있게끔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한 이형종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 문찬종 코치님이 내야 수비를 잘하셨으니까 배우려고 노력중이다. 오히려 코치님을 더 귀찮게 하고 있다. 감사한 마음이다”라며 웃었다.
새롭게 1루수 포지션을 추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형종은 타격에서도 반등이 필요하다. “타격에서도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이형종은 “감독님과 면담 아닌 면담을 했는데 홈런을 치는 느낌보다는 더 쭉쭉 라인드라이브로 뺄 수 있는 타구를 원하신다고 하시더라. 생각해보면 나는 원래 그런 선수였다. 그동안 오버한 것이 있다. 예전에 배트 노브를 걸어 잡았던 것도 이제는 조금 더 짧게 잡고 있다. 그리고 간결하게 치는 연습을 하는중이다. 연습과 훈련량이 많아서 못 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되긴 되더라”며 타격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키움 히어로즈 이형종. /OSEN DB
“내가 3년간 홈런을 9개밖에 치지 못했다”고 인정한 이형종은 “이제는 간결하고 더 정확하게 치려고 한다. 타율적인 부분이 더 좋아질 것이고 그러면 안타, 홈런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정말 열심히 했다. 캠프 마지막까지 잘 버텨서 다행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내년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이하는 이형종은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다. 작년에 온 것 같은데 아직 한 것이 없다. 내년은 정말 달라질 것이다. 열심히 했고 자신감을 얻은 마무리캠프라서 더 강하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내년 활약을 자신했다.
“내년이 (계약) 마지막인데 은퇴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라고 솔직히 털어 놓은 이형종은 “내년에도 올해처럼 한다면 솔직히 방출되기 전에 옷을 벗겠다는 마음도 분명히 있다. 그만큼 간절하고 절실하다”면서 “솔직히 야구를 더 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초심으로 돌아가 절실한 마음으로 한다면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