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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송도케이블카 성추행' 유죄인데…피해 여직원 해고, 왜

중앙일보

2025.11.23 18:15 2025.11.2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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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앞바다에 설치된 송도 해상케이블카. 송봉근 객원기자

부산 관광시설인 ‘송도케이블카’ 임원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사측이 피해 여직원을 '직장내 괴롭힘'을 이유로 해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직원은 성추행을 문제제기한 지난해 4월 이후 부하직원을 괴롭힌 가해자로 몰려 징계 처분을 받고,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좌천되는 등 1년 6개월간 2차 가해에 시달린 의혹도 제기된다.

24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임원 A씨는 두 차례에 걸쳐 여직원 B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8일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강제추행죄의 추행에 해당한다”며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껴 죄책이 가볍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과 A씨 모두 항소한 상태다.

사측은 B씨에게 선고가 나기 열흘 전인 지난 7일 문자로 해고를 통보했다. B씨는 “사측의 부당징계, 부당발령에 맞서 홀로 싸웠고,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의 구제 명령으로 지난 1월 원직 복직했지만 10개월 만에 해고 통보서가 날아왔다”고 했다.



사측, 가해자 성추행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의 분리조치 요구 묵살

B씨 주장에 따르면 B씨는 2019년 12월 10일 A씨에게 1차 성추행을 당한 이후 정신과 치료와 항우울제를 먹으며 버텨왔다. 그러다 2023년 12월 12일 회식자리에서 A씨에게 2차 성추행을 당한 후 스트레스성 발작 증상으로 일상생활마저 힘들게 됐다.

B씨는 2024년 4월 말 사측에 A씨의 성추행을 신고했다. 한 달 뒤 사측은 성희롱 심의위원회를 열고 A씨의 2차 성추행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사측은 7차례에 걸친 B씨의 분리조치 요구를 묵살했다. 분리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와 한 공간에서 근무하며 수시로 부딪힌 B씨는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다. 급기야 지난해 6월 초 업무 중 호흡곤란 증상으로 쓰러졌다. “대책을 강구해보겠다”는 사측의 말을 믿고 B씨는 한 달간 휴직계를 냈다.

B씨가 휴가를 간 사이 B씨의 부하직원 3명이 B씨를 직장내괴롭힘으로 사측에 신고를 했다. B씨는 “휴가를 마치고 오니 성추행 피해자에서 부하직원을 괴롭힌 가해자로 둔갑돼 있었다”며 “이때부터 사측의 2차 가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성추행 이미지. 중앙포토



사측 조직적 2차 가해 의혹…지노위 부당해고 조사 나서


사측은 B씨가 부하직원을 괴롭힌 게 인정된다며 지난해 7월 견책 징계를 내렸다. 이를 빌미로 기존 업무와 무관한 텔레마케팅으로 발령을 냈다. B씨는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했다. 지노위는 부당징계, 부당인사라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B씨의 원직 복직이 결정됐는데도 A씨는 버젓이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B씨가 형사고소하겠다고 통보하자 사측의 권고로 A씨는 지난해 12월 31일 퇴사했다.

이런 가운데 B씨와 부하직원들과의 마찰은 심해졌다. 부하직원들은 번갈아가며 B씨를 직장내괴롭힘으로 사측에 신고했다. B씨는 “맞대응 차원에서 대표와 부하직원들을 정부 기관에 고소하거나 신고했다”고 말했다. B씨와 직원 간 고소가 이어지자 사측은 지난 7일 B씨를 해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경찰, 지노위에서 2차 가해와 부당해고 여부를 조사 중이다.

사측은 B씨의 해고는 성추행 사건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사측 법률대리인은 “B씨는 업무 능력이 부족했고, 회사의 정당한 명령이나 지시 또한 거부했다”며 “대표와 직원들을 반복 신고해 업무를 방해하고, 직장 질서를 훼손해 해고했다”고 말했다.



이은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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