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회사 명예를 훼손하는 현수막을 내걸어 유죄 판결을 받은 뒤 표현을 바꾼 유사한 현수막을 게시해 또 재판에 넘겨진 경우 별개 범죄로 다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첫 범행 후 새로운 범죄 의도를 갖고 비슷한 죄를 저질렀다면 포괄일죄(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죄를 이루는 경우)에 따른 '이중 기소'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명예훼손과 옥외광고물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에 대해 이중 기소라며 검찰 공소를 기각한 1,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앞서 김씨는 2017년 12월∼2018년 1월 서울 서초구 하이트진로 사옥 앞에서 회사 명예를 훼손하는 현수막을 건 혐의(명예훼손, 옥외광고물법 위반)로 기소돼 2021년 10월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다.
주류 회사 '하이트진로' 본사에 명예훼손 현수막을 걸어 유죄 판결을 받은 뒤 표현을 바꿔 다시 게시한 것은 새로운 범죄로 보고 별개 처벌할 수 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첫 범행과 구분되는 범죄 의도이므로 여러 행위가 하나의 죄를 이루는 '포괄일죄'가 아니라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명예훼손·옥외광고물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해 이중 기소라는 이유로 검찰 공소를 기각한 1·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앞서 김씨는 2017년 12월∼2018년 1월 서울 서초구 하이트진로 사옥 앞에서 회사 명예를 훼손하는 현수막을 건 혐의로 기소됐다. 2021년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는데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8년 4월∼2019년 6월 유사한 내용의 현수막을 다시 게시해 또 기소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두 번의 현수막 게시 행위를 하나의 범죄로 볼 것인지 여부였다. 1심은 하나의 범죄로 판단해 공소를 기각했다.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하이트진로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한 행위는 단일한 범죄 의도였는데 검찰이 이중 기소를 했다는 논리였다.
1심 법원은 검사가 2차 현수막 게시를 따로 기소할 게 아니라 공소 사실을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해야 했다고 판결했다. 2심 역시 1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선행 사건과 2차 사건 공소 사실은 포괄일죄로 볼 수 없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뒤집었다. 유사 범행의 범죄 의도를 따질 때는 "개별 범행의 방법, 동기, 범행 사이의 시간적 간격, 범의의 단절이나 갱신이 있는지 등을 세밀하게 살펴 판단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2018년 3월 내려진 가처분 결정 이후 김씨가 새로운 범행 의도를 형성했다고 판단했다. 현수막 1차 게시-가처분 결정-2차 게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각각의 범행 의도는 구분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가처분 결정에 따른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선행 현수막의 표현과는 다른 내용의 이 사건 현수막을 새로 게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죄 판결을 받은 뒤 표현을 바꾼 유사한 현수막을 게시해 또 재판에 넘겨졌다면 별개의 새로운 범죄로 보고 또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첫 범행 후 새로운 범죄 의도를 갖고 유사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죄를 이루는 ‘포괄일죄’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