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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우크라 '평화안' 공동성명…푸틴 서명 땐 추수감사절 종전

중앙일보

2025.11.23 20:31 2025.11.2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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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우크라이나가 23일(현지시간) 4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고 공동성명을 통해 밝혔다. 양국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온전히 보장한다”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한 뒤 전용헬기 '마린 원'을 타고 백악관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노력에 고마움을 전혀 표하지 않는다”고 압박하며 공동성명을 이끌어냈지만, 러시아가 이번 평화 구상안을 수용할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연휴인 추수감사절(27일)을 협상의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상태다.



세부사항 비공개…“목표 상당 수준 달성”


미 국무부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어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간의 협상이 끝난 뒤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양측은 업데이트되고 정교화된 평화 프레임워크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스위스 제네바 미국 대표부에서 우크라이나와 트럼프 평화 계획에 관한 협의 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고 명확한 향후 조치를 도출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며 “어떠한 향후 합의도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온전히 보장하며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평화를 담보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공동성명에는 “우크라이나는 전쟁과 인명 피해를 끝내기 위한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이고 확고한 헌신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해 “미국에 고마움을 표하지 않는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루비오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사한 집단 방위를 보장할지’에 대한 질문에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우크라이나가 안전하다고 느끼고 침공이나 공격을 받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어야 한다”면서도 “세부사항을 말하진 않겠다”고 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국립박물관 홀로도모르 대학살 기념관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중앙 오른쪽),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중앙 왼쪽) 및 고위 관료. '기아로 인한 죽음'을 뜻하는 우크라이나어 '홀로도모르'의 희생자들은 전통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매년 11월 마지막 토요일에 추모된다. 홀로도모르(대기근)는 구 소련 시대 우크라이나에서 1932년부터 1933년 사이에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EPA=연합뉴스

루비오 장관은 이어 “26개 혹은 28개항으로 구성된 문서에서 아직 열려 있는 쟁점을 좁히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그 목표를 매우 상당한 수준으로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합의 작동하려면 러시아도 동의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제시했던 평화안 초안엔 우크라이나가 요충지인 돈바스 지역 전체를 러시아에 양보하고, 우크라이나군을 60만명 규모로 축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금지하되, 나토와 유사하게 미국과 유럽의 집단방위 방식의 안전 보장 장치를 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러시아의 입장이 대거 반영됐다며 반발해왔다. 그러나 이날 공동성명이 나온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많은 변화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팀이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신호가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화상회의로 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자 CNN 등 미국 언론들은 이번엔 “러시아가 타결된 조건에 서명할지 미지수”라는 반응을 보였다. 루비오 장관 역시 “이 합의가 작동하려면 러시아도 동의해야 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설득 작업이 필요한 상황임을 숨기지 않았다.

베센트 장관은 그러면서도 “합의가 빨리 이뤄져야 하고, 목요일(27일)이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27일은 추수감사절로, 곧장 미국의 소비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28일) 연휴로 이어진다. 만약 추수감사절에 맞춰 종전안이 발표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직면한 물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일부 희석할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커피 관세’ 철회…캐나다 관세도 미부과


실제 연말 소비 대목울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1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8%로 집권 2기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물가를 잘 관리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65%에 달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노스버겐에 위치한 월마트 매장에서 커피 브랜드들이 진열되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자 백악관은 지난 20일 브라질에 부과했던 커피, 소고기, 바나나 등 200여개 품목에 대한 40%의 보복성 추가관세를 철회했다. 미국의 커피 소매 가격은 관세와 기상 악화의 영향으로 최근 40%가량 상승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물리기로 한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미루고 있다.

이와 관련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날 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내년(경제)에 대해 매우 자심감이 있다”며 경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정면 대응했다. 그는 특히 “내년 1분기에 노동자 가정에 상당한 환급이 이뤄지면 실질 소득이 증가할 것”이라며 실질 임금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쇄 효과를 강조했다. 또 “이번주 중 건강보험료 인하와 관련한 정부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오바마 케어’ 보조금 만료 가능성에 따른 보험료 인상 우려에 대응책을 제시할 계획도 공개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AP=연합뉴스

베센트 장관은 그러면서도 농산물 관세를 철회한 것에 대해선 “수입 물가만 놓고 보면 인플레이션에 변화가 없고, 인플레이션은 서비스 경제 때문에 오른 것”이라며 “농상물 관세 면제도 지난 6~8개월간 진행해온 무역 협상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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