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권익단체인 '잡스 투 무브 아메리카(JMA)' 회원들이 21일 LA오토쇼 현장(컨벤션센터)에서 현대차 노동법 위반 등에 항의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Recall In justice]
JMA측이 윤승규 기아차 미국법인장에게 조사 서류를 전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Recall In justice]
자동차 애호가 100만명 이상이 찾는 LA오토쇼 현장에서 현대·기아자동차의 불법 노동 관행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21일 오후 1시, 오토쇼가 열리는 LA컨벤션센터 입구에는 50여명의 시위대가 모여 ‘현대·기아 부당행위 리콜(Recall Injustice at Hyundai-Kia)’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번 시위는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미성년자 고용, 불법 노동 관행 등을 이유로 소송〈본지 11월 14일자 A-1면〉을 제기한 비영리단체 ‘잡스 투 무브 아메리카(JMA)’가 주도했다. 다른 40여 개 비영리 단체 관계자들도 함께 했다. 이들은 시위에 앞서 현대·기아차 고위 임원에게 조사보고서와 요구사항이 담긴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매들린 제니스 JMA 최고책임자는 “현대·기아의 투자는 환영하지만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여야 한다”며 “12명 사망, 1000건이 넘는 심각한 부상, 12~13세 아동 노동, 수감 노동 남용, 노동 환경 위반 벌금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대·기아는 ‘클린 카’를 말하지만 생산 과정은 여전히 더럽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위에는 현대·기아차의 트렁크 도어, 범퍼, 헤드라이트, 허브캡 등 실제 차량 부품도 등장했다. 한 참가자는 트렁크 도어를 머리에 이고 이동했고, 바닥에는 분리된 부품이 펼쳐져 ‘리콜된 차량’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시위대는 ‘현대·기아 공급망을 조사하라’, ‘강제 수감 노동 없는 전기차’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리콜, 인저스티스(Recall, Injustice)”, “굿 잡스 인 에브리 카(Good jobs in every car)” 등의 구호를 외쳤다.
JMA는 이날 2년간 공공기록을 수집한 조사보고서도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최근 9년간 현대·기아차 미국 내 공급망에서 발생한 사망 사례, 노동자 부상과 질병 사례가 담겼다. 또 앨라배마 일대 9개 협력업체에서 13세 미성년자가 일한 사례도 포함됐다.
시위대는 현대·기아차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 혜택 협약(CBA·Community Benefits Agreement)’ 체결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CBA에는 임금·복지·안전보건 기준, 환경 모니터링, 지역 고용·훈련 프로그램 등의 대안이 제시됐다.
루이스 로블레도 JMA 설립자는 “차량 결함은 리콜하면서 부당행위는 왜 리콜하지 않느냐”며 “현대·기아 차량에는 부당함이 내장돼 있다”고 말했다.
윌 터커 JMA 남부지역 디렉터 역시 “한 세기 전 남부 산업의 ‘과거 죄악’이 현대·기아 공급망에서 되살아나고 있다”며 “연방정부는 이미 아동 노동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CBA만 체결하면 현대·기아는 업계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비영리단체 ‘어크로스 앨라배마’의 워런 티드웰 대표는 “나도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 현대차를 보유한 고객”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지역의 재소자들은 하루 일당으로 2달러를 받는데 이런 식의 노동은 주 전체의 임금을 끌어내린다”며 “노동자들은 무료 음식 배급에 의존하고, 가족 얼굴도 제대로 못 본다”고 말했다.
한편 JMA를 비롯한 40여 개 단체는 시위 전날인 20일 오토쇼 현장에서 윤승규 기아 미국 법인장에게 조사보고서와 요구사항이 담긴 서한을 직접 전달했다. 같은 날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현대·기아차 미국 본사에도 대표단을 보내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서류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