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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아버지’ 배재규 “장기투자하면 AI버블 상관없다…반도체·나스닥100 사라”

중앙일보

2025.11.24 00:15 2025.11.2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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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이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투자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인공지능(AI) 거품’ 논란이 이는 가운데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이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투자 세미나를 열고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는 나스닥100지수 ETF로 갈아타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나스닥100은 S&P500보다 기술주 비중이 높아 AI 산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배 사장은 2002년 삼성투신운용(현재 삼성자산운용) 재직 당시 국내 첫 ETF 상품인 ‘코덱스(KODEX) 200’ 상장을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국내 ETF 시장은 급성장해 지난달 말 현재 순자산이 280조원(한국거래소 집계)에 이른다. 배 사장이 수장으로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 순자산은 약 22조원으로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어 업계 3위다.

배 사장은 “인류 역사는 기술의 진보와 함께했다”며 나스닥100지수 투자 전망을 밝게 봤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거품론과 관련해선 “솔직히 지금 거품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도 AI 산업 전체를 거품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주요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고평가 정도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이 과거 ‘닷컴 버블(거품)’ 때와 비교해 낮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지난 2000년 야후의 12개월 선행 PER은 416배였는데, 현재 테슬라 PER은 약 188배 수준이다.

현재 AI 관련 종목 주가에 거품이 존재한다 해도, 수십 년 이상 장기투자하면 결국 매매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논리다. 배 사장은 “지난해까지 30년간 나스닥100지수 연평균 수익률은 14.1%인 반면 S&P500지수는 10.9%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단기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손실 위험이 올라갈 수 있다. 과거 최악의 경우를 보면, 나스닥100지수는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4월 4700선에 달했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15년 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다 지난 2015년 11월에서야 원금을 회복했다.

배 사장은 개별 기술주 종목이 아닌 나스닥100지수 ETF를 권하는 이유로 “인간은 감정적으로 개별 종목의 변동성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령 엔비디아 주식을 2015년 11월 21일 샀다면 10년 뒤인 이달 21일 229배 정도로 가격이 불어났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 주가가 계속 오른 건 아니다. ‘-60%대’손실이 1회, ‘-50%대’손실이 1회, ‘-30%대’ 손실이 2회 발생하는 등 극심한 변동을 겪었다. 이런 변동성을 버틸 수 있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더 나아가 개별 종목에 투자하면 해당 기업이 살아남을 수도 있고 사라질 수도 있지만, ETF로 분산 투자하면 관련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ETF(ACE 글로벌반도체 TOP4 PLUS)도 추천했다. 반도체야말로 AI 시대의 필수적인 기반 산업이기 때문이다. 배 사장은 “과거 미국 골드러시 시절에도 금 채굴업자보다 곡괭이나 삽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더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렸다”고 강조했다.




김민중([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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